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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깊게 읽기

[싱가포르] 피어스 저수지(Peirce Reservoir)에서의 잔잔한 산책

by 조타 2026. 6. 4.

어퍼 피어스 저수지 전경
어퍼 피어스 저수지 전경

 

피어스 저수지(Peirce Reservoir)를 감싸고 있는 울창한 정글 숲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센트럴 캐치먼트 자연보호구역(Central Catchment Nature Reserve)에 속해 있다. 싱가포르 섬 전체지도를 펼쳐보면 광활한 녹색으로 칠해진 이곳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면적만 무려 약 3,000헥타르(ha)에 달한다. 

 

싱가포르의 센트럴 캐치먼트 자연보호 구역
싱가포르의 센트럴 캐치먼트 자연보호 구역 (붉은 선으로 표시된 구역)

 

이곳에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인 맥리치 저수지(MacRitchie Reservoir), 가장 북쪽에 있는 어퍼 셀레타 저수지(Upper Seletar Reservoir), 그리고 이 글에서 다루게 될 피어스 저수지(Peirce Reservoir)가 있다. 싱가포르는 빗물을 모아 식수를 공급하는데, 이 저수지들이 숲이 걸러준 깨끗한 빗물을 저장하는 거대한 물탱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야생동물 서식지와 생물다양성 보존의 중요한 장소이기도 한 이곳에는 만다이 야생동물 보호구역(Mandai Wildlife Reserve)도 위치하고 있다. 싱가포르 관광의 큰 축을 담당하는 싱가포르 동물원(Singapore Zoo), 나이트 사파리(Night Safari), 버드 파라다이스(Bird Paradise), 레인포레스트 와일드(Rainforest Wild), 리버 원더스(River Woders)가 어퍼 셀레타 저수지 북쪽에 모여있다.

 

피어스 저수지(Peirce Reservoir)의 산책 여정
피어스 저수지(Peirce Reservoir)의 산책 여정

 

피어스 저수지(Peirce Reservoir)는 1910년 칼랑강의 하류 구역을 가로질러 물을 가두면서 조성된 '칼랑강 저수지(Kalang River Reservoir)에서 비롯되었고, 1922년 피어스 저수지(Peirce Reservoir)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싱가포르 초기 수자원 및 도시 기반 시설 구축에 크게 공헌한 로버트 피어스(Robert Peirce, 1863-1933)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이후 상류 쪽에 새로운 댐을 건설하면서 피어스 저수지는 로우어(Lower)와 어퍼(Upper) 두 곳으로 나뉘게 되었다.  

 

이번 산책은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 공원에 위치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트레일 코스에서 저수지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는 코스(위 그림 ①, ②)와 다시 차를 타고 어퍼퍼스 저수지 공원 주차장에 가서 저수지를 따라 걷는 코스(위 그림 ③)로 구성되었다. 흐린 날씨에 평온한 호수에서 느끼는 평화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로우어 피어스 트레일(Lower Perice Trail) 코스

 

올드 어퍼 톰슨 로드(Old Upper Thomson Road)의 게잡이원숭이
올드 어퍼 톰슨 로드(Old Upper Thomson Road)의 게잡이원숭이

 

주차장에서 나와 로우어 피어스 네이처 트레일 입구를 찾아가기 위해 올드 어퍼 톰슨 로드(Old Upper Thomson Road)를 따라 걸어갔다. 아직 트레일 코스에 진입하지도 못했는데, 벌써 우리를 반기는? 긴꼬리원숭이(Long-tailed Macaque) 무리가 보였다. 

 

게잡이원숭이게잡이원숭이
올드 어퍼 톰슨 로드(Old Upper Thomson Road)의 게잡이원숭이

 

이 원숭이는 꼬리가 길어서 긴꼬리원숭이(Long-tailed Macaque)라고도 부르지만, 공식명칭은 게잡이원숭이(Crab-eating Macaque)라고 한다. 이 원숭이는 싱가포르 토착종으로 동남아시아 해안가나 맹그로브 숲에서 게나 조개를 잡아먹는 모습때문에 이렇게 불려졌다. 하지만 이곳은 바닷가가 아니기 때문에 게보다는 과일이나 씨앗 등을 훨씬 더 많이 먹는다는 사실.... 한 가족으로 보이는 오른쪽사진의 원숭이는 서로 털에 기생하는 벌레를 잡아주고 있다. (퀴즈 : 모두 몇 마리일까요?  정답 : 4마리) 귀여운 아기 원숭이를 보니, 어떤 동물이든 새끼 때는 예외 없이 사랑스럽다는 사실을 새삼 인정하게 된다. 

 

로우어 피어스 트레일(Lower Peirce Trail) 자카란다 입구(Jacaranda Enterance)로우어 피어스 트레일 코스
로우어 피어스 트레일(Lower Peirce Trail) 자카란다 입구(Jacaranda Enterance)

 

얼마 안 걸어가면 바로 자카란다 입구(Jacaranda Enterance)가 보인다. 우리는 이곳으로 들어갔다가 뱀부트레일(Bamboo Trail)을 따라 카수아리나 트레일(Casuarina Trail)입구로 나왔다가 다시 그 입구에서 되돌아가 로우어 피어스 물가를 따라가기로 했다. 복잡해 보이지만 위 코스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여행객에게는 카수아리나 트레일 입구에서 뱀부 트레일에서 저수지 길을 따라가거나 자카란다 입구로 나올 것을 추천한다.)

 

자카란다(Jacaranda) 입구에서 시작되는 코스투스 트레일(Costus Trail) 데크
자카란다(Jacaranda) 입구에서 시작되는 코스투스 트레일(Costus Trail) 데크

 

싱가포르는 국토가 좁아서인지, 트레일 구간을 짧게 나누어 저마다 다른 이름을 붙여 두었는다. 세심하게 국립공원을 관리하겠다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국토가 작으니 섬세한 관리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다. 조금만 가면 트레일 코스가 바뀌고, 바뀐 트레일 명칭에 따라 그 구역의 식물 군락을 살펴보게 된다. 또한 구간별 이슈가 생기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로우어 피어스 트레일 표지판
로우어 피어스 트레일 표지판

 

코스투스 트레일(Costus Trail)에서 얼마 안 가면  읽기도 힘든 온코스페르뭄 트레일(Oncospermum trail)이 나오는데, 동남아시아 토착 야자나무인 '니붕 야자(Nibong Palm)의 속명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표지판을 기점으로 저수지로 연결된 데크로도 갈 수 있다.

 

2차림(Secondary forest)
2차림(Secondary forest)을 따라 걷는 곳

 

데크를 따라 걷다보면 하늘 높이 솟아있는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포근히 들어온다. 하지만, 여기는 소위 정글이라 불리는 원시림은 아니다. 벌목과 플랜테이션 농장 등의 난개발로 원시림은 이미 사라졌고,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사람의 출입이 제한되면서 자연적으로 회복 중인 이차림(Secondary Forest)이 형성되었다. 주변의 나무들은 키는 크지만, 별로 굵지 않고 곧게 뻗은 젊은 나무들로 보이며, 원시림처럼 어둡지 않고 잔잔히 들어오는 햇살을 보더라도 이차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열대지방이 갖는 자연의 선물일까? 열대지방은 숲의 치유 속도가 온대나 냉대 지방에 비해 압도적으로 빠르다. 겨울이 없는 '고온다습'한 기후는 쉼 없는 엔진이 되어 식물들의 폭발적인 성장을 돕고 있다.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 트레일에서 바라본 저수지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 트레일에서 바라본 저수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수지의 시원한 물가로 이어지는 산책길이 나타난다. 울창한 숲을 벗어나 마주한 이 풍경은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답다. 날씨마저 완벽했다. 잠시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자 저수지는 거대한 거울이 되어 자연을 고스란히 담아냈고, 어디가 물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경이로운 풍경을 선사했다.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 트레일에서 바라본 저수지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 트레일에서 바라본 저수지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 데크 공사로 인한 통행불가 안내판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 데크 공사로 인한 통행불가 안내판

 

호수 위에 떠 있는 데크를 따라 홀린 듯 걷다 보니, 더 이상 갈 수 없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발길을 붙잡는다. 원래대로라면 이 길을 따라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 공원(Lower Peirce Reservoir Park)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했으나, 길이 막힌 탓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하지만 걸음을 멈추자 비로소 울창한 숲의 소리가 귓가를 채웠고, 눈앞에는 오직 잔잔한 호수 풍경만을 마주할 수 있었다.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 공원(Lower Peirce Reservoir Park)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 공원(Lower Peirce Reservoir Park)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바로 저수지가 펼쳐진다. 초입에는 저수지의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 싱가포르 정부는 어디를 가도 모든 명소마다 관련 역사와 스토리를 친절하게 제공한다.

이곳은 맥리치 저수지(MacRitchie Reservoir)의 용량을 초과하는 수자원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건설된 싱가포르의 두 번째 저수지입니다. 
- 1912년 개장 당시 : 칼랑강을 가로질러 건설되었기 때문에 '칼랑강 저수지(Kalang River Reservoir)로 불렸습니다.
- 1922년 명칭 변경 : 시정국 엔지니어였던 로버트 피어스(Robert Peirce, 1901~1916년 재임)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피어스 저수지(Peirce Reservoir)'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 현재 명칭 유래 : 이후 상류에 '어퍼 피어스 저수지(Upper Peirce Reservoir)'가 완공되면서, 이곳은 자연스럽게 '로어 피어스 저수지(Lower Peirce Reservoir)가 되었습니다.

 

1912년 칼랑강 저수지 개장식 사진(안내판에 제공된 사진 촬영)과 1910년 완공기념 기념비

 

1912년 칼랑강 저수지라는 이름으로 개장할 당시 사진을 보면, 교량 끝에 전망대의 역할을 하는 정자(Pavilion)가 보인다. 놀랍게도 그 정자는 지금도 사진 속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다. 한편, 당시 사진에 찍힌 저수지 뒤편의 산림 상태를 지금과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의 숲이 훨씬 더 울창한데, 이를 통해 개장 당시 얼마나 심하게 훼손되어 있는지 짐작하게 된다. 

 

제방에서 찍은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
제방에서 찍은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
물가에서 찍은 교량과 정자, 그리고 선착장

 

현재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교량을 따라 정자 앞에 가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막상 정자까지 간다고 해서 풍경이 더 아름다울 것 같지는 않지만, 들어가지 못하니 못내 아쉽다. 대신 옆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배를 보니, 저 배를 타고 저수지 한가운데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피어올랐다. 참고로 이 선착장은 수질 관리와 저수지 순찰 등 관리자 전용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다.

 

로어 피어스 저수지 제방로어 피어스 저수지 제방
로어 피어스 저수지 제방

 

정자가 있는 교량에서 조금 가면 제방(Dam)이 보이는데, 이곳을 따라가면 정면에 수로(Spillway) 위의 산책길이 보인다. 저곳까지 가면 싱가포르 아일랜드 컨트리클럽(SICC)이 있어 더 이상 갈 수 없다. 

 

수로(Spillway) 엪에 보이는 싱가포르 아일랜드 컨트리클럽(SICC)

 

‘이곳에서 골프를 치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에 잠겨본다. 저수지 너머로 보이는 골프장 풍경과, 반대로 골프장에서 바라보는 저수지 풍경 중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울지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것 같다.

 

로우어 피어스 여수로(Spillway)
로우어 피어스 여수로(Spillway)

 

이 사진은 로우어 피어스 여수로(Spillway)로, 폭우가 쏟아져도 저수지의 수위가 넘치거나 댐이 무너지지 않도록 여분의 물을 칼랑강 하류로 흘려보내는 유출로이다. 비가 안 오면 이 사진처럼 평평하고 넓은 콘크리트 바닥이 그대로 보이지만,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물이 흘러간다. 여수로(Spillway) 위에 있는 우아한 석조 아치 교량은 1910년 저수지 완공 당시에 세워진 구조물이다. 앞서 설명했던 로버트 피어스(Robert Peirce)의 설계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100년 넘는 유적인 셈이다. 

 

로우어 피어스 산책길

 

골프장 입구라 더는 갈 수 없는 탓에 발길을 돌려 다시 걸어 나왔다. 선착장을 지나니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쉬면서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산책길 중간에 있는 큰 정자에서는 중년의 중국 여성들이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가까이 지나가려니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민망함은 온전히 내 몫일 뿐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 순간을 즐겼다. 이 길을 조금만 더 가면 아까 로워 피어스 트레일에서 막혔던 반대편 막다른 길과 만나게 된다. 얼른 공사가 끝나서 이 아름다운 길들이 시원하게 연결되기를 바라며 다시 걸어 나왔다.

 

로우어 피어스 공원의 긴꼬리원숭이로우어 피어스 공원의 긴꼬리원숭이
로우어 피어스 공원의 긴꼬리원숭이

 

저수지 산책로보다 약간 지대가 높은 곳에는 어린이 놀이터와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여기에도 원숭이들이 많이 있었는데, 어린 원숭이들이 함께 놀고 있는 장면을 보니 어린아이들과 별 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리로 뛰어다니고 싸우기도 하고 가끔 보호자로 보이는 어른 원숭이가 잘 놀고 있는지 지켜보기도 하고....

 

로우어 피어스 공원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 공원

 

아름다운 풍경과 푸른 나무들 덕분에 걷는 내내 셔터를 멈출 수 없었던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 공원. 찍는 사진마다 인생샷이라 전부 올리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싱가포르에서 힐링이 필요할 때 꼭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어퍼 피어스 저수지 공원 (Upper Peirce Reservoir Park)

 

어퍼 피어스 저수지 공식개장 기념비(Commemorative Plaque)어퍼 피어스 저수지 공식개장 기념비(Commemorative Plaque)
어퍼 피어스 저수지 공식개장 기념비(Commemorative Plaque)

 

1970년대 싱가포르는 급격한 주택개발과 산업화에 발맞춰 새로운 수자원 개발이 필요했으며, 이에 따라 대규모 용수 공급 프로젝트가 착수되었다. 1975년 피어스 저수지의 상류 지역에 새로운 댐을 건설하게 되면서, 이곳 어퍼 피어스 저수지(Upper Peirce Reservoir)가 만들어졌다. 기존의 피어스 저수지는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1977년 어퍼 피어스 저수지가 공식 개장되었는데, 위의 사진이 공식개장 기념비이다. 모서리 끝으로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거대한 큐브 모양의 화강암 조형물에는 싱가포르 수자원 공사 로고(구형, 파란색 원과 빨간색 파도 모양)와 파란색 글씨로 쓰여있는 UPPER PEIRCE RESERVOIR, 그리고 다른 면의 검은색 대리석 판에는 "1977년 2월 27일 리콴유 총리가 이 저수지를 공식 개장했다"는 기록과 서명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어퍼 피어스 저수지 입구

 

어퍼 피어스 저수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바로 저수지가 보인다. 저수지 입구에는 풍경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정자와 벤치들이 잘 갖춰져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다만 날씨가 덥고 습하기 때문에, 아침이나 저녁에 방문하는게 좋겠다. (공원 개장시간은 7:00 am~7:00 pm이다) 

 

어퍼 피어스 저수지 제방
어퍼 피어스 저수지 제방

 

어퍼 피어스 저수지의 제방을 따라 걷기로 했다. 이곳을 걸으면 왜 이곳이 어퍼(Upper)이고, 다른 하나가 로우어(Lower)인지를 바로 알 수 있다. 

 

어퍼 피어스 제방에서 내려다본 로우어 피어스 전경
어퍼 피어스 제방에서 내려다본 로우어 피어스 전경

 

제방에서 내려다 보면 로우어 피어스 저수지(Lower Peirce Reservoir)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이 제방에 서 있으면, 두 저수지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SICC(싱가포르 아일랜드 컨트리클럽) 옆 산책길 입구
SICC(싱가포르 아일랜드 컨트리클럽) 옆 산책길 입구

 

제방 끝에 다달으면 들어가도 되는지 약간 조심스러운 철조망이 보인다. 아침 7시에서 저녁 6시까지만 들어갈 수 있는 산책길이다. 이 길은 싱가포르 아일랜드 컨트리클럽(SICC)을 끼고 가는 산책길이다. 이 골프장의 골프 코스는 어퍼 피어스 저수지와 로어 피어스 물가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져 있어서 싱가포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장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SICC(싱가포르 아일랜드 컨트리클럽) 옆 산책길
SICC(싱가포르 아일랜드 컨트리클럽) 옆 산책길
SICC(싱가포르 아일랜드 컨트리클럽) 옆 산책길

 

골프장과 접한 길에는 잘못 친 공이 날아올까 봐 철조망이 세워져 있다. 아마추어 골퍼가 친 골프공은 시속 200km 정도의 위력이 있다고 하니, 맞으면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골프장 쪽에서 누군가 크게 "포어(Fore!)~~"라고 외치면 공이 잘못 날아왔다는 신호이니 돌아서서 머리를 감싸고 웅크려야 한다. 아무도 외치지 않는 평온한 지금, 내 몸이 자꾸 철조망 쪽으로 붙는 이유는 뭘까? 그런데 해맑은 남편은 물가에서 잘못 날아온 골프공이 있는지 찾고 있다. 얼마 안 가서 공 하나를 발견하고 기뻐하며 주우려고 하길래 겨우 말렸다. 공 하나 욕심내다가 감옥 갈 일 있냐, 여기는 상수원보호구역이라며....

 

철조망 사이로 보이는 SICC(싱가포르 아일랜드 컨트리클럽)

 

피어스 저수지 공원(Peirce Reservoir Park)의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는 여정을 함께 공유해보았다. 싱가포르가 얼마나 자연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를 여기서도 느낄 수 있었다. 최근에 시민 단체들이 심은 토착나무 묘목과 관목이 약 40그루가 통째로 잘려나가고 부지가 평평하게 깎인 것을 발견한 사건이 크게 보도되었다. 공원 내 작업을 맡은 건설업체가 건설 자재를 임시로 쌓아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무단으로 부지를 밀어버린 것이다. 건설업체는 바로 적발되었고 업격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싱가포르 국립공원의 관련법(Parks and Trees Act) 위반의 경우 최대 5만 싱가포르 달러(약 5천만 원)의 벌금 또는 6개월 이하의 징역이라고 한다. 적극적인 보호와 엄격한 관리가 지금의 피어스 저수지를 이차림(Secondary Forest)으로 빠르게 복귀하게 만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