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방문한 여행객들은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대식가(Da Shi Jia)의 새우국수와 라우파삿(Lau Pa Sat)의 사태(Satay)를 꼽는다. 모두 성시경씨의 "먹을텐데'라는 유튜브 채널 덕분에 유명해진 곳이다. 아니 현지에서도 유명하지만, 한국인들에게 더욱 유명해진 곳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나도 싱가포르에 지인이 방문하면 오픈런으로 대식가(Da Shi Jia)에 가서 이른 점심을 먹기도 하고, 집에서도 가까우니 혼자 먹으러 가기도 한다.

리버밸리 로드(River Valley Road)와 오차드 로드(Orchard Road)를 잇는 킬리니 로드(Killiney Road)에는 소박한 숨은 맛집이 많이 있다. 카야토스트와 코피(Kopi)로 유명한 하이난식 커피숍 본점인 킬리니 코피티암(Killiney Kopitiam), 정통 태국 음식점 #87 저스트 타이(Just Thai), 우리나라 짜장면이 그리울 때 가끔 가는 정스 짜장(Jeong's Jiajang), 새우국수 전문식당 대식가(大食家, Da Shi Jia) 등이 이곳에 모여있다. 그럼 여기서는 새우국수 전문식당 대식가에 가보도록 하겠다.

오전 10시 55분. 오픈 시간보다 5분 일찍 도착하니 자바라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자바라 문 아래로 내부에서 오픈 준비를 하는 직원들로 분주하다. 간판은 중화권 문화가 반영된 검은색 바탕의 현판에 大食家 大大大蝦麵이라는 황금색 글자가 음각되어 있고, 붉은색 천과 모란으로 추측되는 붉은색 꽃 장식이 간판을 둘러싸고 있어 개업식 때 달았음직한 느낌을 준다. 간판을 받치고 있는 두 개의 금속은 자세히 보니, 중국 사원이나 집 앞에 벽사(僻邪) 역할을 하는 사자상(서수(瑞獸, 상서로운 동물)라고도 함)이다.

가게의 이름이 새겨진 간판을 든든하게 지키며 나쁜 기운을 막아주고 사업의 번창과 안녕을 기원하는 두 사자상이 손님들을 환영하며 좋은 기운을 주는 기분이다.


대식가의 시그니쳐 메뉴만 모아놓은 메뉴판이 따로 있다. 메뉴판 아래 국수 대접을 들고 있는 남자 캐릭터가 이 식당의 창업자인 세스 심(Seth Sim) 셰프이다. 2017년 12월 결혼하자마자 이 사업을 시작했고, 아내도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의 사업을 도울 정도로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신혼여행도 포기한 채 이 사업에만 전념했다는 후일담이 있을 정도이니 성공할 만하다. 그의 아버지는 현지화된 중국 가정식 요리인 쯔차(Zi Char, 煮炒) 전문가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전통적인 새우국수 요리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창조하였다.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는 대식가(Da Shi Jia)를 빕 구르망(Bib Gourmand) 명단에 올렸다. 빕 구르망의 선정 기준은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다.

이 식당의 대표 메뉴는 새우국수와 애플주스이다. 새우국수는 새우크기, 면의 종류, 국물버전과 볶음(Dry) 버전 등 선택의 폭이 넓다. 새우는 크기에 따라 가격이 추가되지만, 그 외에는 취향대로 선택하면 된다.
빕 구르망 심사위원이 대식가를 평가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곳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먼저 새우 국수와 새우볶음면 중에서 고르세요 . 새우 국수를 주문할 경우, 일반 크기부터 특대 크기까지 새우 크기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면 종류는 일반 면, 콰이테오, 비훈 또는 이들을 조합한 것 중에서 선택하세요. 대식가라면 어묵, 돼지갈비, 돼지고기 슬라이스 등의 토핑을 추가해 보세요. 두부피 새우롤이나 새우튀김 완자 같은 사이드 메뉴도 잊지 마세요."
나는 심사평이라면 음식에 담긴 철학이나 맛의 오묘한 조화 등의 심오한 평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조금 실망이었다. 적어도 <흑백요리사>의 안성재 셰프처럼 "셰프님이 의도하신 게 무엇인가요?"라든가, "새우가 이븐(Even)하게 익었네요"라든가, "이 요리는 타이밍이 생명인데, 그 타이밍이 완벽하네요" 등의 평가는 해야 한다는 기대가 있었나 보다. <흑백요리사>가 끼친 영향력으로 미슐랭 가이드 심사위원들의 부담이 더 커졌겠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아졌을 테니...

테이블마다 붙어있는 QR로 메뉴를 고르고 주문과 결제가 끝나면, 음식이 나온다. 주문한 메뉴 중에서 음료가 가장 빨리 나온다. 이곳의 시그니처 음료는 애플주스이다. 정확한 이름은 청사과 산매 주스(Fresh Green Apple Juice with Sour Plum)이다. 산매(Sour Plum)는 소금에 절여 만든 매실로, 산매가루를 주스 맨 위에 한 스푼 올려서 나온다.

위에 떠있는 사과 부유물과 산매가루는 골고루 잘 섞어서 마셔야 맛있다. 한참 두면, 물과 사과즙이 분리되기 때문에 자주 저어주면서 마셔야 한다. 더운 날씨에 청사과 산매주스 한 입이면 누구나 대식가를 좋아하게 된다. 가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라임 산매 주스(Fresh Lime Juice with Sour Plum)을 주문해 봤지만, 청사과가 내 입맛에는 더 좋았다.

기다리던 새우국수가 나오자 사진도 찍기 전에 그만... 먹고 말았다. 안먹은 것처럼 어떻게든 음식을 가지런히 정리해 봤지만, 너무 많이 먹어버려서... 복구가 어렵다. 친구는 나한테 한마디 한다. "파워 블로거가 되고 싶다면, 대식가가 되면 안 된다."라고... 블로거를 시작하며 가장 힘든 게, 먹기 전에 사진을 찍는 거다. 음식이 나오면 젓가락이 먼저 간다. 이건 내 평생 내 몸에 배인 습관이니, 음식을 주제로 블로그를 쓰기는 힘들 것 같다.

새우국수는 새우의 크기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그냥 새우(2마리)는 S$7.4, 위의 사진 처럼 큰 새우(大蝦, 4마리)는 S$18.3, 큰큰 새우(大大蝦, 4마리)는 S$22.7이다. 35cm 크기의 큰큰큰 새우(大大大蝦)는 시즌마다 가격이 다르다고 한다. 큰큰큰 새우( 大大大蝦)는 거의 랍스타 수준인 것 같다.
국수의 면에는 밀가루에 달걀을 넣은 옐로 누들(Yellow Noodle), 쌀로 만든 소면 띤 비훈(Thin Bee Hoon), 쌀로 만든 넓고 납작한 면인 콰이 테오(Kway Teow)가 있다. 진한 새우 육수와 잘 어울리는 면은 옐로 누들과 콰이테오이고, 볶음 국수에는 띤 비훈이 좋다. 면은 반반씩 두 종류를 시킬 수도 있으니 다양한 선택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면, 새우, 고기 편육, 야채, 갈비, 조개 등을 추가로 첨가할 수 있다. 비용이 더 들긴 하지만....
국수 중에는 볶음 국수를 모두 추천한다. 별도의 국물이 나오기도 하고, 국수를 웍에 불 향을 냈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애플주스로 한번, 볶음 국수로 또 한번. 푹~~빠져버린다.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 심사위원이 추천한 바삭한 새우 튀김(Crspy Shrimps)이나 두부피 새우 롤(Beancurd Skin Prawn Roll) 중에서 하나 정도 맛을 보고, 개운하게 야채 요리 하나 시키면 완벽한 식사가 될 것이다.

개인 접시와 차이니즈 스푼에서 느껴지는 정갈함처럼 요리에도 셰프의 정성이 느껴진다. 이 식당의 창업자인 세스 심(Seth Sim) 셰프는 새우국수에 담긴 자신만의 노하우를 아래와 같이 말한다.
" 일반 새우 국수 한 그릇을 준비하는 데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요리를 위해서는 마늘과 양파를 캐러멜화하고, 쌀국수를 볶아 특유의 불맛(웍헤이)을 내고, 새우를 볶을 때 완전히 익히면 살이 질겨지니 주의해야 합니다. 쌀국수는 끓여서 소스가 크리미해지고, 새우는 더 익혀 풍미를 더해야 합니다."
그리고, 식당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도 "그저 자신의 열정을 찾아 도전하라"라고 조언한다. 최소한 "모든 일에는 귀천이 없음을 잊지 말고..." 젊은이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열정을 찾아 도전하더라도 건강은 챙기면서 하길...(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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