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보타닉가든(Botanic Garden)은 여행객이 뽑는 최고의 장소 중 하나이다. 전체 크기가 약 82ha(820,000㎡)라고 하니 하루에 이곳을 꼼꼼히 보기엔 너무 벅차다. 넓은 보타닉가든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 바로 제이콥 발라스 어린이 정원(Jacob Ballas Children's Garen)에 다녀왔다. 여러 차례 보타닉 가든을 방문했지만, 이미 우리 아이들도 성인이 되었기에, 어린이 정원에 일부러 갈 이유조차 찾지 못했다. 직장 후배의 가족여행에 동행하면서 두 돌 갓 넘은 후배 아들을 위해 이곳에 방문하게 되었다. (후배와 내가 나이 차이가 좀 있다보니, 아기는 나를 할미라고 불렀다 TT)

어린이 정원의 크기는 약 4ha(40,000 ㎡)로 보타닉 가든의 약 20분의 1(약 5%)을 차지한다. 보타닉가든 전체 규모에 비하면 작은 면적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직관적으로 크기를 체감하기 위해 축구장 면적(0.7ha)과 비교하자면, 어린이 정원은 축구장 5~6개 정도의 크기이다. 2007년 아시아 최초의 어린이 전용 정원으로 개장하면서, 싱가포르의 자선가인 제이콥 발라스(Jacob Ballas)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조성되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서 정원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2017년 개장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확장공사로 기존 면적의 두 배로 넓어졌다.

어린이 정원 입구부터 관람객을 압도하는 조형물이 있다. 머리 위로 타공 된 나비 패턴의 천장과 천장 중앙의 개방된 원형 아래 금속 트리 조형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나비 모양의 햇살이 내리쬐고, 원형 공간 위에는 녹음이 배경처럼 깔려있다. 입구 구조물에 정신이 팔려서 일행보다 늦게 들어가게 되었는데, 입구에서 직원이 나를 막아 세운다. '혼자 왔나요? 어린이 없이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잠시 당황했지만, 입구 근처에 일행이 서 있어서, 나는 그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제서야, 어른들만은 못 들어가는 어린이 정원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제이콥 발라스 어린이 정원은 8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지도에도 상세한 설명이 있어서, 어린이의 성향이나 방문 목적에 따라서 선택해서 다닐 수 있다. 원래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어린이 정원 전체 구조가 궁금해서 각 섹션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입구를 들어가면 바로 놀이(Play) 구역이 보인다.

놀이(Play) 구역에는 물놀이터(Water Play)와 미로(Maze)가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탁 트인 물놀이(Waterplay) 공간이 가장 먼저 어린이들을 반긴다.


바닥 분수와 머리 위에서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아이들의 혼을 다 빼놓은 것 같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 바닥이 미끄럽지도 않고 탄력이 있어서 아이들이 넘어져도 위험하지 않다. 어린아이들도 바닥 분수를 손으로 막으면서 물의 흐름을 바꾸거나 물줄기를 약하게 만들면서 놀고 있다. 옆에는 샤워시설도 있으니 4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무료 워터파크'로 손색이 없다.

이곳이 워터파크보다 더 매력적인 건 주변의 아름다운 식물들 때문이다. '인디언 헤드 진저(Indian Head Ginger)'라고 불리는 이 식물은 붉은 솔방울 모양이 특징인데 강렬하고 이국적이다. 이 솔방울 모양을 포영(Bracts)라고 부르는데, 이 사이에 빠져나온 오렌지색 돌기가 실제 꽃이라고 한다. 이름에 생강(Ginger)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이유는 뿌리에서 은은한 생강향이 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놀이(Waterplay) 공간 옆에는 낮은 식물 울타리 담장으로 꾸며진 미로(Maze)가 있다. 다양한 동물 문양의 금속 공예 문과 식물 울타리로 미로를 구성하고 있는데, 어린이 기 높이에 맞춰놓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곳에서 길을 잃어도 밖에서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는 '안심 미로'라고 할 수 있다.

성장(Grow) 섹션은 식물의 일생을 오감으로 체험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곳이다. 감각정원(Sensory Garden)과 수분 매개자 정원(Pollinator Garden)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식물을 직접 만져보고, 나비를 쫓으며 자연스럽게 자연과 우리가 하나임을 배울 수 있다.






학습(Learn) 섹션은 데크 산책로를 따라 가며 배우는 야외 교실 콘셉트이다. 데크 중간중간에는 식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 패널이 설치되어 있어서 식물의 구조나 광합성의 원리 등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중간에 만날 수 있는 새 둥지 모양의 아지트는 야외 학습을 온 아이들과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보인다.


굵은 나무 줄기에서 직접 꽃대와 열매가 뻗어 나오는 독특한 이 나무는 '캐넌볼 트리(Cannonball Tree)라고 하는데, 싱가포르에서 가로수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우리말로 하면 대포알 나무로, 주렁주렁 매달린 갈색 둥근 열매가 대포알 같기도 하다. 열매 보다 나는 꽃에 더 눈길이 끌렸다. 붉고 노란 꽃이 화려하고 달콤한 향기도 났다.

무화과와 함께 하는 즐거움(Fun with Figs)라는 제목의 패널을 통해 내 머릿속의 무화과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다. 전 세계에는 850종이 넘는 무화과 식물이 있는데, 하늘 높이 자라는 무화과나무와 덩굴 무화과, 다른 나무 위에 자라는 식살 무화과(Strangler Figs)가 있다고 한다. 거기에 무화과 열매 안에서 알을 낳는 좀벌이 무화과의 수분을 도와준다는 공생의 이야기까지.... 어린이만을 위한 공간은 아닌 것 같다. 나에게도 무척 유익했으니까...

설명 패널을 보고 발견한 무화과 열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잔 가지도 없이 큰 나무 줄기에 붙어있는 빽뺵하게 뭉쳐있는 무화과 송이들이 무척 이색적이다. 이 작은 열매 안에 작은 꽃들을 품고 있다고 해서 꽃주머니(은화서)라고도 부른다. 정말 많이 배워간다. (Learn!!!)

탐험(Explore) 섹션에는 아이들이 분출하는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액티비티 장소이다. 나무 위에 지어진 트리하우스(Tree House)와 미끄럼틀로 연결된 모래놀이터까지...



어릴 적 읽은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에서 상상했던 '비밀스러운 은신처'의 느낌이 나기도 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조금 낮게 지어지긴 했지만). 울창한 열대우림 속에 지어져서 그런지 나도 저 곳에 올라가 잎사귀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바람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머프 마을이나 동화책 속에 들어 온 것 같은 거대한 버섯 구조물도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다음은 포레스트(Forest) 구역이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스릴넘치는 액티비티 공간이 나오는데,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가르며 빠르게 내려가는 짚라인(Flying Fox)도 탈 수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건물이 보타닉가든 숲 안에 위치한 것도 신기하지만, 이런 시설들이 모두 무료이고 어린이들 만을 위한 것이라는 것도 매우 고무적이었다.

과수원(Orchard) 섹션은 열대과일들이 실제로 어느 나무에서 열리는지 직접 관찰하고 그 식물들이 어떻게 가공되어서 우리 식탁까지 오는지도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이 곳은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할 테마를 다루고 있다. 커피나무를 직접 관찰하고, 매일 마시는 커피의 제조 과정을 자세히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열매가 작고 붉은색이어서 커피 체리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체리에서 씨앗(커피 생두)을 분리하고, 생두의 껍질을 벗겨내는 도정의 과정 후에 로스팅을 해서 우리가 아는 갈색 원두로 만드는 과정까지 쉽게 설명되어 있다.





콜라가 나무열매로 만든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콜라 넛(Cola Nut)을 발효시켜 잘 말린 후 가루를 내어 끓인 후 시럽과 탄산수를 섞으면 시원한 콜라음료가 만들어진다는 사실!!!! 어린이 정원에서는 열매를 발견하지 못해 참고 이미지를 올렸다.

수변 생태계의 축소판 개울(Stream) 섹션에선 물가에 자라는 다양한 풀들을 관찰하며 평화롭고 시원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달과 도마뱀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이 곳을 나왔다. 어린이만을 위한 정원, 제이콥 발라스 어린이 정원(Jacob Ballas Children's Garden)은 8가지 테마가 잘 융합되어 놀이와 학습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수준 높은 정원이다. 어린이와 동반해 입장해서, 어른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싱가포르 정부에 호소해 본다. "이곳을 어린 자녀가 없는 어른에게도 개방해달라!!!"
제이컵 발라스 어린이 정원 · 1H Cluny Rd, 싱가포르 259604
★★★★★ · 정원
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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