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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는 싱가포르

[식당 탐방] 뎀시 힐(Dempsey Hill) 숲 속 카페 - PS.Cafe

by 조타 2026. 4. 17.

분위기 깡패라는 별칭이 불릴 정도로 '싱가포르의 매력이 한 곳에 담긴 곳'. 바로 PS. Cafe! 처음 이곳을 방문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뎀시 힐(Dempsey Hill)을 구경하면서, 숲 속에 조그마한 황동 명패가 보였기 때문이다.

PS. Cafe, Harding Road 지점, 명패
28b Harding RD PS. Cafe

 

집에서 키우던 관음죽이 이렇게 울창한 숲을 이룰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열대 지방의 뜨거운 태양은 식물을 거대하게 키우고 있었다. 푸른 관음죽 사이로 PS. Cafe 동판이 세월을 머금은 듯한 모습은 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그 옆에 조그만 오솔길이 보였고, 그 안에는 울창한 녹음이 카페 건물을 감싸고 있었다. 

뎀시 힐(Dempsey Hill) 숲 속 카페 - PS.Cafe
뎀시 힐(Dempsey Hill) 숲 속 카페 - PS.Cafe 전경

 

이름도 마음에 들었다. PS. Cafe. 난 편지 뒤에 '추신(追伸)' 곧 '덧붙이는 말'이라는 의미의 Post Scriptum이라고 생각했다. 이 카페에 오면 뭔가 못다 한 이야기, 곧 추억을 남긴다는 의미라서 PS. Cafe인가 보다.. 혼자 미루어 짐작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Project Shop의 약자였다. 그것도 1999년 'Project Shop'이라는 의류 매장 구석에 손님들이 쉴 수 있도록 만든 작은 카페 공간에서 시작하면서 이 카페이름이 PS. Cafe가 된 것이었다. 앗... 로망의 배신이었다. 

뎀시 힐(Dempsey Hill) 숲 속 카페 - PS.Cafe 내부 인테리어
뎀시 힐(Dempsey Hill) 숲 속 카페 - PS.Cafe 내부 인테리어
뎀시 힐(Dempsey Hill) 숲 속 카페 - PS.Cafe 내부 인테리어

 

대충 지은 가건물에 무심한 듯 블랙 앤 화이트의 조화와 벽돌색의 포인트벽에 손으로 쓴 메뉴판, 대담한 꽃장식과 심플한 테이블 등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딱.. 내스타일.

거대한 화병에 꽂은 알스트로메리아(Alstroemeria)와 판단잎(Pandanus amaryllifolius)으로 보이는 큰 잎이 천장에 닿을 듯한 과감한 장식은 이곳의 품격을 한 층 더 높여준다.(방문할 때마다 화병의 꽃장식은 다른 꽃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뎀시 힐(Dempsey Hill) 숲 속 카페 - PS.Cafe 내부 인테리어
뎀시 힐(Dempsey Hill) 숲 속 카페 - PS.Cafe 내부 인테리어

 

이제 자리를 잡았으니, 메뉴를 골라볼까?

뎀시 힐(Dempsey Hill) 숲 속 카페 - PS.Cafe 메뉴 보드
뎀시 힐(Dempsey Hill) 숲 속 카페 - PS.Cafe 메뉴 보드뎀시 힐(Dempsey Hill) 숲 속 카페 - PS.Cafe 메뉴 보드

 

이곳도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친절하지 않은 메뉴판이다. 벽면에 적힌 메뉴를 찬찬히 읽고 있는데, 직원이 메뉴판을 갖다 줬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뎀시 힐(Dempsey Hill) 숲 속 카페 - PS.Cafe 브런치 메뉴 뎀시 힐(Dempsey Hill) 숲 속 카페 - PS.Cafe 브런치 메뉴

 

그러나, 깨알 같은 글씨의 메뉴판을 보며, 내가 박물관에서 근무할 때 '디자인'을 위해 관람객의 가독력을 무시했던 과거의 나의 행태를 반성했다.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만 주문할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브런치 메뉴에서 언니는 카야 & 에그(KAYA & EGGS)를 골랐다. 싱가포르 여행의 초반부에 언니가 맛본 이 카야토스트는 '너무 맛있어서' 다시 먹어야 할 메뉴가 되었다. 후일담이지만, 언니는 다시 이 카야토스트를 먹기 위해 그레이트월드 몰에 있는 PS. Cafe 갔으나, 오후에는 먹을 수 없는 브런치 메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스트 코스트에 있는 PS. Cafe에서는 '그때 그 맛이 아니'라는 실망감만 남기게 되었다. 

PS.Cafe 브런치 메뉴 - 카야&에그
카야 & 에그(KAYA & EGGS)

일반적으로 싱가포르에서 카야토스트를 대표하는 곳은 야쿤(Ya Kun Kaya Toast), 토스트박스(Toast Box), 킬리니 코피티암(Killiney Kopitiam)인데, 이 브랜드에서 맛보는 카야토스트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원래는 바삭하다 못해 과자 같은 식빵에 카야잼과 두꺼운 버터의 맛이라면, 이곳은 두꺼운 버터도 없고, 코코넛이 들어가 있으며, 빵은 고급스럽고 부드럽다. 

PS.Cafe 브런치 메뉴 - Berries & Chia Granola Bowl
Berries & Chia Granola Bowl

그 밖에 내가 먹은 브런치 음식 중에는 우선 베리&치아 그래놀라 볼(Berries & Chia Granola Bowl)이 있다. 코코넛 요거트 위에 허니 치아 시드(Honey Chia Seeds)를 얹히고, 주변에는 다양한 생 베리류, 베리소스인 베리 콤포트(Berry Compote), 그리고 그래놀라가 더해져 신선하고 건강한 단맛이 느껴지는 요리이다.

PS.Cafe 브런치 메뉴 - Pancake Stack
Pancake Stack

팬케이크 스택(Pancake Stack)은 옥수수 가루로 만든 폭신한 팬케이크 사이에 베리 쿨리(베리 콤포트는 과일 알갱이가 씹힌다면, 베리 쿨리는 과육과 씨를 걸러내 매끈하고 진한 액체 상태의 소스)와 브라운 슈거 리코타 치즈가 곁들여진다. 디저트처럼 달콤해서 커피와 먹기 딱 좋은 메뉴이다.

PS.Cafe 브런치 메뉴 - Black Sesame Avocado Toast
Black Sesame Avocado Toast

블랙 세사미 아보카도 토스트(Black Sesame Avocado Toast)는 아주 바삭한 토스트 위에 블랙 세사미 타히니 크림과 아보카도를 얹고, 그 위에 바삭하게 튀긴 피클 양파와 신선한 허브와 그린 오일을 토핑했다. 팬케익이나 토스트는 가끔 먹었지만, 어떤 토핑을 얹느냐에 따라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PS.Cafe 롱블랙과 라떼

 

브런치에는 당연히 커피가 어울린다. 나는 여기서는 롱블랙(Long Black)을 마셨다. 사전적으로는 롱블랙은 뜨거운 물을 먼저 잔에 채우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 샷을 뽑아 올려 크레마(Crema)가 유지되고 아메리카노보다 풍미가 강하고 진하다고 한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 샷을 먼저 잔에 받고, 그 위에 물을 부어서, 크레마가 거의 깨지거나 물과 섞여 옅어지고, 맛이 부드럽고 깔끔하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견해일지 모르겠으나, 이곳에서는 롱블랙이 아메리카노보다 더 부드러우면서 진하지 않다. 라떼를 고른 사람들도 라떼가 참 맛있었다고 하니, 취향대로 주문해도 성공.

 

식사 후 계산을 할 때는 금액이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여행에서 추억 한 조각 챙겨가려면 이곳 PS. Cafe에 들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싱가포르의 날씨에 야외에서의 식사는 꺼려지지만, 일부러 외부에서 식사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참고로 예약을 하지 않고 온 경우에는 내부에 자리가 비어 있어도 예약석이라면서 외부 자리로 안내하기도 한다. (예약할 때 좌석을 선택하는 옵션은 없는 것 같지만...)

뎀시힐 PS. Cafe 야외

 

일부러 멋진 경치를 보러 교외로 나가지 않고도,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울창한 녹음, PS. Cafe는 완벽한 일상의 도피처가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