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부기스(Bugis)와 아랍스트리트(Arab Street) 사이에는 멋진 건물들이 우뚝 솟아 있다. 게이트웨이(The Gateway), 듀오 타워(DUO Towers) 그리고 파크뷰 스퀘어(Parkview Square)가 서로 다른 이색적인 외형으로 조화를 이루며 이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중 파크뷰 스퀘어는 유독 독특한 스타일을 풍겨서, 주변 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적인 느낌과 그 안의 화려함이 사치스럽기까지 하면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https://maps.app.goo.gl/y6G4KpSDsQ1zGJBB7
Parkview Square · 600 N Bridge Rd, 싱가포르 188778
★★★★★ · 비즈니스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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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風水)와 서양 건축양식 아르 데코(Art Deco)의 조합

1990년 완공된 더 게이트웨이(The Gateway)는 날카로운 삼각형 모양으로 동, 서쪽에 두 채의 빌딩으로 지어졌다. 이 건물의 날카로운 모서리는 풍수가들이 '거대한 칼날(Killer Blades)'로 해석하면서, 인근 건물이나 입주 기업들이 좋지 않은 기운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냈다.

2020년 완공된 파크뷰 스퀘어(Parkview Square)는 풍수적으로는 더 게이트웨이의 날카로운 칼날 공격에도 끄떡없는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산(Mountain)'의 의미를 담아 지어졌다. 디자인은 1929년 뉴욕에 지어진 샤닌 빌딩(Chanin Building)을 오마주 했다고 하는데, 미국의 James Adams Design과 싱가포르의 DP Architects가 공동 설계한 것이다.

더게이트웨이와 파크뷰스퀘어 사이에 2018년 듀오 타워(Duo Tower)가 세워지면서, 오목한 곡면(Concave Wall)은 더 게이트웨이의 날카로운 칼날을 튕겨내는 방패 역할을 하면서, 파크뷰의 '산'처럼 견고한 성벽에, 듀오 타워가 태극의 기운을 불어넣어 극단적인 두 건물 사이에서 상생과 중재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웅장한 파크뷰 스퀘어(Parkview Square)는 대만 출신 부동산 개발자 황 회장(C.S. Hwang)이 1980년대 홍콩에 본거지를 옮기면서 'Park View'라는 용어를 쓰게 되었고, 싱가포르에서도 황 회장의 생전 마지막 프로젝트로 이 건물 파크뷰 스퀘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현재 파크뷰 그룹은 가족 경영 체제로 이어가고 있는데, 손녀인 비키 황(Vicky Hwang)이 싱가포르의 파크뷰 스퀘어와 아틀라스 바를 운영하고 있다.
이 건축물의 주요 특징이라면 뉴욕의 샤닌 빌딩(Chanin Building)의 아르 데코(Art Deoco) 양식에 영감을 받았고, 갈색 화강암, 청동, 유리 등으로 마감된 외관으로 영화 속 고담시티를 연상 시킨다고 해서 '고담 빌딩'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르 데코(Art DEco)는 1920~30년대에 세계적으로 유행한 디자인 양식으로, 과거 아르 누보(Art Nouveau) 양식과는 정 반대의 명확한 기하학적 형태를 추구하는 현대적 화려함의 정수를 드러내고 있다. 아르 누보가 식물 줄기 같은 부드러운 곡선을 강조했다면, 아르 데코는 직선, 지그재그, 피라미드, 원형 같은 명확한 기하학 문양을 표현하면서, 기계 시대의 질서를 반영한 대칭과 수직적 선을 강조했다. 건축 재료로는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크롬, 유색 유리 등 매끄럽고 차가운 질감을 선호했고 그 위에 사치스러운 천연재료(상아, 대리석 등)와 이국적 모티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장식했다.

건물 꼭대기(Crown)에 세워진 8개의 청동상(앞, 뒤로 각 4개씩)은 손에 수정구를 들고 있는데, 나쁜 기운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고 한다.

건축 디자인을 이야기하면서 뉴욕의 빌딩, 아르데코 양식 등 서양 건축 양식을 거론했는데, 이 황금 학 동상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이 건물은 중국계 자본이 지었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된다. 학의 머리가 중국 본토의 방향을 가리키고, 학 받침대에는 중국어로 시가 적혀있다.
고국구유황학루 (故國舊有黄鶴樓) : 고국에는 예부터 황학루가 있었네.
북망신주기천추 (北望神州幾千秋) : 북쪽으로 신주(중국을 높여 부르는 말)를 바라보며 수천 년 세월이 흘렀구나.
황학전시비만리 (黄鶴展翅飞万里) : 이제 황학이 날개를 펴고 만 리를 날아올라,
위재사성견학루 (偉哉狮城見鶴樓) : 위대하도다! 이곳 사자성(싱가포르)에서 다시 황학루를 보는구나.
이 시는 파크뷰 그룹의 총수였던 황 회장(C.S. Hwang)이 직접 지은 시라고 한다. 그는 광둥성 동부의 차오저우(조주, 潮州) 출신으로, 국민당 기자로 일하다가 1949년 공산당이 중국내전에서 승리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민당을 따라 대만으로 피신하게 되었다. 그는 대만에서 사업을 일구고 홍콩에 이어 싱가포르에까지 사업을 키웠는데, 2004년 작고하기 직전 이 빌딩이 마지막 사업이 되었다. 비록 거대한 부를 키웠지만, 이 시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는 늘 고향을 그리워했다.
고전적 프레스코 벽화와 럭셔리한 분위기 - 아틀라스 바
파크뷰스퀘어가 지어질 당시에 1층 로비에는 '디바인 와인 엑스트라오디네어(Divine Wine Extraordinaire)'라는 이름의 와인 바가 있었는데, 비키 황(Vicky Hwang)이 2017년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쳐 아틀라스(Atlas)라는 이름의 바가 탄생했다.


와인 타워는 세계 최대의 진 타워(Gin Tower)로 탈바꿈하면서 진(Gin)과 샴페인 전문 바로 탈바꿈했다. 약 15m의 거대한 타워는 이곳의 시그니처로, 1910년대 빈티지 진부터 전 세계 희귀 품목까지 약 1,300여 종의 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천장을 수놓은 거대한 프레스코 벽화와 기하학적인 패턴의 금속 장식은 1920년대의 황금기(Jazz Age)의 미국의 분위기를 표현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경제적 풍요 속에서 상류층들이 모여 파티를 즐기던 연회장의 느낌을 주면서 압도적인 화려함과 낭만을 이 공간에 녹여내려고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소설 속 '위대한 개츠비' 속 파티장을 연상시킨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 벽화를 보면서 비잔틴 시대의 가젤이나 아르데코의 가젤 조각이 아닌, 우리나라의 '십장생도'를 떠올리게 되는 건 왜일까?





아틀라스 바가 표현한 1920년대의 양식에는 이집트 부흥 양식(Egyptian Revival)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1922년 이집트 투탕카멘 무덤이 발굴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집트 열풍'이 불었고, 1920년대 아르데코(Art Deco) 양식에도 이집트 디자인이 깊이 녹아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뉴욕의 샤닌빌딩(Chanin Building)의 내부 조각을 담당했던 프랑스 작가 르네 폴 샹벨랑(René Paul Chambellan)의 작품 '현대인의 진화(Evolution of Western Civilization)'를 오마주 한 부조 시리즈 두 점을 볼 수 있다. 1920년대 당시의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을 정교하게 표현함으로써, '사회적 유흥과 화려한 생활'을 잘 묘사하고 있다.

듀오 빌딩 쪽으로 나가는 입구 앞에는 여러 명의 인물들이 청동 구체(Sphere)를 함께 떠받치고 있는 조각상이 있다. 티탄 거인 아틀라스가 우주를 어깨로 짊어지고 있는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 작품은 한 사람이 아닌 여러 명이 함께 세상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인류의 연대와 노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파크뷰 스퀘어에서 충분히 즐기는 법
우선 아틀라스 바(Atlas Bar)를 예약하자. 물론 바에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전체를 조망할 수 있지만, 그래도 바의 중앙에 앉아 아르 데코 디자인을 감상하는 걸 추천한다. 이곳은 워낙 인기가 많아 최소 2주 전에는 예약해야 원하는 스케줄에 방문할 수 있다. 예약은 점심(Lunch), 저녁식사(Dinner), 칵테일(Cacktails at Atlas(Evening)), 샴페인(Midnight Champagne),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음료(Drinks(Day)) 등으로 구분해서 신청할 수 있다.
예약 링크
https://www.sevenrooms.com/explore/atlassg/reservations/create/search?searchTab=experiences
나는 비교적 예약이 쉬운 낮 음료(차 또는 술)를 마실 수 있는 Drinks(Day)를 선택했는데, 저렴하게 차 또는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물론 낮 술도 가능하지만... 낮 시간 예약은 최대 2시간 동안 이용 가능하고, 바 카운터 좌석(Bar seats)은 예약이 불가능하다. 예약시간 5분 전쯤에는, 예약자에게 확인전화도 걸어준다. (늘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또한 이 건물 광장에서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페르난도 보테르(Fernando Botero), 로베르토 바르니(Roberto Barni),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등 유명한 거장들의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페르난도 보테르의 작품 <옷 입은 여인(Dressed Woman)>은 건물 중앙에서 작가 특유의 풍만한 양감의 인물이 자리를 잡고 있다. 터질 듯한 볼살과 몸집에 비해 작은 눈, 코, 입, 손가락 등에서 작가의 예술적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로베르토 바르니의 <밀항자들>이라는 작품으로 감옥 같은 철제 우리를 바라보고 네 명의 남자가 서 있다. 이들은 붉은빛이 도는 옷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서로 다른 방향을 응시하고 있으면서도, 감옥 밖에 서 있음으로써, '자유'를 상징한다.


이 건물에는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이 총 6점이 전시되어 있고, 작품 아래 그의 친필 서명이 새겨져 있다. 그의 전형적인 스타일인 <흐물거리는 형태(Melted form)>와 <달팽이와 천사(Snail and the Angel)>라는 기이하고도 환상적인 작품을 볼 수 있다.
파크뷰 스퀘어(Parkview Square)는 현대 건축의 미학과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담겨있는 의미 있는 장소이다. 1920년대의 아르데코(Art Deco) 양식의 미학을 통해, 싱가포르가 추구하는 '경제적 풍요'의 상징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싱가포르의 신, 구 도심의 연결점인 이 지역의 웅장한 랜드마크가 되었다. 거기에, 대만, 홍콩에서 온 중국 자본이 싱가포르에 유입되면서, 싱가포르의 도시 경관을 그들의 스타일로 과감하게 바꾸어 놓고, 그러면서도 예술 작품을 공공의 장소에 제공하여 문화 향유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건물 3층에는 그라운드시소(Groundseesaw)라는 전시공간이 있는데, 한국의 전시 기획 회사인 미디어 앤 아트가 제공하는 미디어 아트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2025년에는 Van Gogh Inside, Love, Vincent를 상연함), 각 층마다 주요 외국 대사관(오스트리아, 몽골, 아랍에미레이트, 오만 등)이나 다국적 기업 등이 입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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