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티세이(Ortisei) : 세 언어가 공존하는 마을
발 가르데나(Val Gardena) 계곡으로 들어서면 이정표에 세 가지 지명이 함께 적혀 있다. Ortisei. St. Ulrich. Urtijëi. 이탈리아어, 독일어, 라딘어(Ladin)다. 같은 마을을 가리키는 세 이름이 공존하는 것이 이 지역의 현실이다.
라딘어(Ladin)는 알프스 지역의 고유 언어다. 발 가르데나 주민의 85~90%가 지금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학교에서도 이탈리아어, 독일어와 함께 교육 언어로 쓰인다. 1919년 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 영토로 편입되었지만, 이 계곡은 지금도 자신의 언어를 유지하고 있다.
마을 중심부의 호텔 Classic Hotel am Stetteneck에 묵었다. 조식 시간이면 창 밖으로 오르티세이의 지붕들 너머로 세체다(Seceda) 능선이 보였다. 호텔은 역시 호텔이라 그 포근함과 따뜻함에 감사했다.

오르티세이의 구도심은 성 울리히 성당(Chiesa di Sant'Ulrico)에서 성 안토니오 광장(Piazza Sant'Antonio)까지 이어지는 보행자 전용 거리를 축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 짧은 길 양옆으로 목공예 공방, 카페, 전통 가옥들이 늘어서 있으며, 돌로미티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행 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거리의 한쪽 끝에 자리한 성 울리히 성당은 1792~1796년에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오르티세이의 주교좌 성당이다. 마을 이름인 '성 울리히(St. Ulrich, 오르티세이(Ortisei)의 독일식 발음)'가 바로 이 이름에서 유래했다. 내부에는 발 가르데나 출신 조각가들이 만든 목조 조각들이 가득하며, 2,000개의 파이프를 가진 파이프 오르간도 볼 수 있다.



거리의 반대편 끝,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성 안토니오 성당(Chiesa di Sant'Antonio)은 1430년부터 이 자리에 교회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지금의 건물은 1673~1676년 사이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졌다. 29m 높이의 양파 모양 종탑이 특징이며, 내부에는 스위스 화가 멜히오르 데슈반덴이 그린 성 안토니오의 제단화가 있다. 규모는 작지만 돌로미티 산봉우리들을 배경으로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모습이 오르티세이를 대표하는 사진 명소 중 하나다.




오르티세이는 세체다와 알페 디 시우시 중간의 절묘한 곳에 위치해 있다. 케이블카로 세체다(2,519m)에 오르면 오들레(Odle) 산군의 날카로운 침봉과 발 디 푸네스(Val di Funes)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반대 방향 케이블카를 타면 유럽 최대 고산 초원인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 56㎢)가 펼쳐진다. 극적인 암봉 지대와 완만한 초원 지대, 이 두 풍경을 한 마을에서 모두 체험할 수 있다.



♣ 산트 야코브 교회 산책길
오르티세이 마을 중심에서 이정표(32번, Dlieja da Sacun)를 따라 걸으면 10분 만에 산트 야코브 교회(Chiesa di San Giacomo)에 닿는다. 흰 벽에 붉은 테두리의 소박한 교회와 앞마당 벤치, 숲과 구름. 케이블카 없이 오르티세이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30분짜리 산책이다.
가는 길 바닥에는 마태복음 25장 40절 구절이 돌판에 새겨져 있다.
"Was ihr für einen meiner geringsten Brüder getan habt, habt ihr mir getan"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발 디 푸네스 계곡 안쪽의 산타 막달레나(Santa Maddalena)도 오르티세이 거점의 장점이다. 오들레 산군을 배경으로 한 이 마을 풍경은 돌로미티에서 가장 많이 찍히는 사진 중 하나인데, 코르티나에서는 두 시간 넘는 거리지만 오르티세이에서는 차로 4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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