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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사이트/유럽 인문기행

[노르웨이] 3대 트레킹 (1)트롤퉁가 (Trolltunga) : 트롤의 혀

by 된장언니 2026. 4. 24.

트롤퉁가(Trolltunga)는 노르웨이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나머지 둘은 프레케스톨렌(Preikestolen)과 케락볼튼(Kjeragbolten)이다. 

노르웨이, 3대트레킹, 트롤퉁가(Trolltunga)
트롤퉁가

트롤퉁가(Trolltunga) 트롤의 혀(Troll's Tongue)라는 뜻이다. 

노르웨이 피오르 협곡의 절벽에서 700m 길이로, 허공에 수평으로 툭 뻗어 나온 혀모양의 바위가 있다. 자연이 만든 것이라기엔 너무 대담하고, 인간이 만든 것이라기엔 너무 거대하다. 그 혀 끝에 서면 아래로 링에달스바트넷(Ringedalsvatnet) 호수가 아득히 그리고 무섭게 내려다보인다. 

노르웨이, 3대트레킹, 트롤퉁가(Trolltunga)
트롤퉁가(Trolltunga)

트롤퉁가 트레킹. 왕복 20km, 10시간. 친구와 둘이서 완주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노르웨이, 3대트레킹, 트롤퉁가(Trolltunga)

트롤(Troll)  :  태양을 조롱하다 굳어버린 존재

트롤퉁가를 이해하려면 우선 '트롤'을 알아야 한다. 트롤은 노르웨이를 비롯한 여러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존재로, 산속과 숲에 살며 거대하고 느리고 멍청하지만 엄청 힘이 세다. 결정적으로, 트롤은 햇빛에 닿으면 돌로 변한다. (밤에만 돌아다녀야 하는데 다행히 노르웨이의 겨울밤은 정말 길다.)

 

노르웨이 관광청(visitnorway.com) 공식 사이트에는 "트롤퉁가는 햇빛에 노출되어도 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던 트롤의 이름을 딴 "이라고 소개한다. 밤의 어둠이 걷히기 전에 동굴로 돌아가야 하는 존재이지만트롤은 달랐다. 어느 새벽, 피오르 절벽 끝에서 발아래 세상을 굽어보며 태양을 조롱하듯 혀를 내밀었다. 그러나 마침 그때 동이 터서,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태양을 조롱하다 바위가 된 트롤의 혀. 그것이 오늘날의 트롤퉁가(Trolltunga)라고...


노르웨이 인들에게 트롤은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다. 오슬로대학 교수 아네 오흐르비크(Ane Ohrvik)는 "노르웨이인이라면 누구나 트롤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연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말할 수 있다."라고 했다. 높은 산, 깊은 피오르, 울창한 숲, 길고 어두운 겨울밤... 이런 노르웨이의 자연 자체가 트롤 신화를 낳은 것 같다. 그들은 산사태나 폭풍 같은 자연재해를 산속 트롤이 노했기 때문이라 했고, 바위처럼 굳어버린 못생긴 지형들은 햇빛에 돌이 된 트롤들이라 했다. 트롤퉁가(Trolltunga)도 그중 하나다


지질학적으로는 약 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빙하가 물러날 때 남겨진 수평 암반, 단단한 '규암'이 바로 트롤퉁가(Trolltunga)라고 설명한다.

 

트롤퉁가 전체 트레킹 코스 정리

노르웨이, 3대트레킹, 트롤퉁가(Trolltunga)
노르웨이, 3대트레킹, 트롤퉁가(Trolltunga)
트롤퉁가 코스 안내

공식 홈페이지 기준 출발점은 세 곳이다.

  • P1 티세달(Tyssedal) → 왕복 38km, 약 15시간
  • P2 스예그달(Skjeggedal) → 왕복 27km, 고도차 800m, 약 12시간
  • P3 모겔리토프(Mågelitopp) → 왕복 20km, 고도차 320m, 약 10시간 (* 대부분 여기서 출발)

P2 주차장(Skjeggedal)에서 시작하면 먼저 4km의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P3 주차장(Mågelitopp)까지 가야 한다. 이 구간만 왕복 2시간 30분이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이 힘든 구간을 건너뛰려고 P3 주차장을 예약하거나 유료 셔틀버스를 예약/이용한다.  다행히 우리는 6개월 전에 미리 P3 주차장 예약을 성공했다!!! P3는 사전 예약이 필수인데, 성수기엔 빠르게 마감되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

노르웨이, 3대트레킹, 트롤퉁가(Trolltunga)

 

우리는 숙소를 티세달(Tyssedal, 맨 아래 상세 안내 있음)로 정하고, 산에서 점심으로 먹을 주먹밥을 준비하여 새벽(?) 6시 30분에 출발했다. 자동차로 25분 정도 이동해서 P3주차장에 도착, 드디어 걷기 시작했다. 

상세한 코스 안내
  1. P3 → Gryteskaret : P3에서 출발하면 코스 중 가장 힘든 구간인 Gryteskaret을 지나게 된다. 수많은 돌계단을 포함한 가파른 바위 지형이 이어지는 초반 2시간의 오르막이다. 이곳을 통과하면 한숨 돌려도 된다.
  2. Gryteskaret → Trombeskar 능선 : Gryteskaret을 지나면 Trombeskar까지 가파른 오르막이 다시 이어진다. 능선에 올라서면 비로소 고원 지대가 펼쳐진다.
  3. Trombeskar → Store Floren (플로렌 대피소) : 능선을 넘으며, 고원 위를 업다운하며 걷는 구간이다. Store Floren에는 비상 대피소(Floren 산장)가 있다. 날씨가 급변했을 때 피할 수 있는 곳이다.
  4. Store Floren → 트롤퉁가 정상 (1,180m) : 대피소를 지나면 가장 길지만 완만한 마지막 구간을 걸어 정상에 닿는다. 정상 직전에 힘든 오르막 구간이 있다. 마지막 힘을 내야 하는 곳! 

정상 사진 촬영 : 성수기에는 트롤퉁가 바위 끝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이 길다. 이른 아침 출발하길 추천!
-  트레일 중간에는 비상 대피소가 3곳(Floren, Endåen, Tyssehøl) 있으며, 침낭·담요·비상물자가 비치되어 있다.
-  개인적으로 전체 구간 중 처음 2km와 마지막 2km가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P3 주차장에서 트롤퉁가까지 : 긴 나와의 싸움

 

P3 → Gryteskaret 정상 (P3에서 약 2km)
P3에서 출발하면 처음 45분 정도는 완만한 고원길이다. 길은 잘 정비되어 있고 표지판도 충분하다. 그러다 갑자기 코스 전체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시작된다. 네팔 셰르파들이 깎아 만든 계단이 이어지는 Gryteskaret까지의 가파른 오르막이다. 반듯한 계단이라기보다는 다양한 크기의 바위들을 계단처럼 쌓아놓았다. 이 계단이 끝났다 싶으면 또 바위를 타고 가파르게 올라야 하는 구간이 나온다. 함께 출발했던 '튀르키에'에서 온 엄마와 두 아들은 이 구간을 넘지 못하고 결국 중도 포기하고 내려갔다. 잠시 마음이 쓰였지만 산이란 원래 그런 것이겠지...  

노르웨이, 3대트레킹, 트롤퉁가(Trolltunga)
P3 주차장에서 트레킹이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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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퉁가까지의 길표식들

나의 친구는 이틀전 프레케스톨렌(Preikestolen) 트레킹때 발목이 삐었다. 미처 회복되기 전에 이 구간을 오른 것이다.  살짝 비가 오는 날씨라 미끄러운 계단을 오르는 게 걱정되었다. 다행히 친구는 거뜬하게 올라갔다. 다행... 엄마가 아이를 바라볼때의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고나 할까.^^ 이 오르막 꼭대기에 오르면 피오르 방향 전망이 처음으로 탁 트이는 지점이 나온다. Gryteskaret의 가파른 돌계단을 숨 가쁘게 치고 올라오니, 비로소 Trombeskar 능선의 광활한 바위 평원이 우리를 맞이했다. 

Gryteskaret 정상을 지나서
Trombeskar 능선으로

 

Gryteskaret 정상 → Trombeskar 능선 (3km)

Gryteskaret를 넘으면 다시 한번 가파른 오르막이 Trombeskar 능선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Gryteskaret보다는 훨씬 수월하다. Trombeskar 능선까지 다시 한번 가파르게 오른 후, 이후로는 끊임없는 업다운이 계속된다. 길 안내는 잘 되어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Trombeskar 능선은 트레킹 중반부에 걸쳐 있는 비교적 평탄한 고원 능선 구간으로, 넓고 고요한 초원과 작은 고산 호수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가 트롤퉁가 코스의 진짜 매력 구간이 아닐까... (힘든 고비를 넘긴 후라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겼다.^^)

우리가 간 때는 7월이었는데도, 이곳에는 눈(Snow patch)이 꽤 남아있었다. 얼어있는 눈을 타고 오르내릴 때는 바짝 긴장했던 아찔한 순간들이 기억난다. Store Floren 대피소가 보이는 곳까지 걸은 뒤 가져간 바나나 등의 간식을 먹고 잠시 쉬었다. 

Trombeskar 능선
Trombeskar 능선
Trombeskar 능선
Trombeskar 능선

"The mountains are calling and I must go." "산이 나를 부르고, 나는 가야 한다." (존 뮤어, 편지 중에서, 1873)

Trombeskar 능선
Trombeskar 능선

Store Floren 대피소 → 정상 (5km)

길지만 마지막 구간이다. 플로렌(Floren) 대피소는 Trombeskar 능선 구간이 끝나는 지점이자, 본격적으로 고원 지대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대피소를 지나면 마지막 완만한 오르막을 걸어 드디어 트롤퉁가 정상에 닿는다. 큰 오르막은 없지만, 작고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된다. 

Store Floren 대피소 (@ Åse Marie Evjen)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고마운 표지판들
링에달스바트넷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인공 호수, 링에달스바트넷(Ringedalsvatnet)
이 호수는 천연 호수가 아니라 수력 발전을 위한 거대 저수지이다. 호수 끝에 있는 '링에달 댐(Ringedal Dam)'은 1900년대 초반에 건설되었는데, 당시 노르웨이의 전력 생산과 산업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링에달스바트넷(Ringedalsvatnet) 호수는 수심이 깊고 물빛이 아주 진한 파란색(또는 에메랄드빛)을 띠는데,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낀 날에는 그 색이 더 짙고 묵직하다. 호수 전체 길이는 약 7km에 달해, 트레킹 코스의 절반 이상을 이 호수와 나란히 걷게 된다.  그리고 트롤퉁가 바위가 바로 이 링에달스바트넷 호수 위 700m 높이에 솟아 있다. 

트롤퉁가 가는길, 링에달스바트넷 호수
링에달스바트넷 호수
트롤퉁가 가는길, 링에달스바트넷 호수
트롤퉁가 가는 길, 절벽위의 텐트
트롤퉁가 가는 길
트롤퉁가 가는 길
투롤퉁가를 향한 마지막 구간을 지나며

"산은 우리에게 높이를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낮음을 가르쳐 준다." (존 뮤어)

드디어 투롤퉁가
투롤퉁가
트롤퉁가
트롤퉁가

"The mountains are calling and I must go." "산이 나를 부르고, 나는 가야 한다." (존 뮤어, 편지 중에서, 1873)
정상에서 :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 것들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올라선 트롤퉁가(Trolltunga)  정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트롤의 혀모양 바위로 올라가는데 너무 무서워서 네발로 기어갔다. ㅎㅎㅎ 바위에 누워서 하늘을 보며 스스로 대견했다. 결국 내가 여기에 왔구나!!!!  올라오는 내내 비가 오다가, 눈이 오다가 ... 춥고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구름이 잔뜩끼어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사진을 못찍을까봐.^^ 다행히 정상에서는 비와 눈이 다 멎었고 살짝 구름이 물러가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것들이 있다. 발아래 700m 아득한 피오르 협곡의 깊이. 그리고 겔달스바트넷 호수의 물빛... 사진 속에서는 그냥 파란색이지만, 실제로는 하늘과 구름을 담아내며 매 순간 색이 달라진다. 바위 끝에 섰을 때 몸을 흔드는 바람의 감촉. 그리고 사진에 담을 수 없는 웅장함과 아찔함. 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정말 x 정말 무서웠지만 가슴 벅참도 함께 느꼈다.
 
세상이 내 발아래 있다는 느낌.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다시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트롤퉁가의 정상은 내가 그동안 밟아 본 산의 정상들과 비교할 수 없이 경이롭고 웅장했다. 다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을까? 거대한 자연 앞에 서면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그 작아짐이 이상하게도 아주 좋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꼭 가보라고 적극 추천한다.  

트롤퉁가

숙소 : 티세달의 트롤퉁가 아파트호텔

 

트롤퉁가 트레킹의 베이스캠프는 보통 오다(Odda) 또는 티세달(Tyssedal) 마을이다. 우리는 티세달의 트롤퉁가 아파트호텔(Trolltunga Aparthotel)에 묵었다. 트롤퉁가(Trolltunga) 주차장까지 가장 가까운 숙소 중 하나로, 트레커들 사이에서 평점이 좋아서 선택했다. 시설이 화려하진 않지만 아늑하고 주방이 있어서 좋았다. 새벽에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일정엔, 음식을 직접 챙겨 먹을 수 있는 주방이 꼭 필요하니까.^^

티세달 숙소 앞길
티세달, Trolltunga Aparthotel

 

새벽부터 일어나 김치찌개와 반찬들로 두둑한 아침을 먹고 바나나, 사과 등의 간식과 따뜻한 물과 커피 그리고 주먹밥을 챙겨서 길을 떠났다

(왼쪽)툴로퉁가 트레킹 당일 아침식사 그리고 (오른쪽)트롤퉁가 정상에서 먹은 주먹밥

 

돌아오니 어두운 밤이었다. 몸은 많이 지쳤는데 정신은 너무도 또렷했다. 다 이루었다는 성취감이 피곤을 잊게 했다. 저녁으로는 인생 최고의 라면과 맥주 한 캔!!!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맛있었던 저녁이었다,^^


방문 시기 및 실용 정보
가이드 없이 혼자 하이킹이 가능한 때는 6월 중순에서 9월까지라고 한다. 그 외 계절에는 눈이 쌓이고 날씨가 변덕스럽고 매우 위험하니, 반드시 전문 가이드와 함께해야 한다. 물론 여름 시즌이라도 날씨는 언제든 급변하기도 한다. 나는 7월 초에 비와 눈을 함께 맞았다. 비옷은 필수이고 경량패딩과 스틱도 꼭 챙겨야 한다. 
P3 주차장은 사전 예약이 필수이며, P2에서 P3까지는 유료 셔틀버스로 이동하는 것을 권장한다. 음식과 따뜻한 물, 간식은 충분히 챙겨야 한다. 중간에 아무것도 없다. (화장실도 없다 ~~^^)
출발은 반드시 이른 아침에!!!! 어두워지기 전에 산을 내려와야 한다

 

좋은 풍경 앞에서 한참 동안 머물다 가는 새가 있다고 했다.
트롤퉁가의 바위 끝에서, 겨우 네 발로 기어서 닿은 그 자리에서, 나는 한동안 그냥 앉아 있었다. 바람을 맞으며. 발아래 피오르를, 저 멀리 호수를 그냥 바라봤다. 친구도 말이 없었다. 그 풍경을 가슴에 넣어두고 살다가, 언젠가 꼭 한번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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