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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는 싱가포르

[싱가포르] 아르메니안 교회(Armenian Apostolic Church)

by 조타 2026. 2. 18.

아르메니안 교회의 Full Name은 " Armenian Apostolic Church of St. Gregory the Illuminator"이다. 직역하면 "계몽자 성 그레고리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이다. 일반적으로는 싱가포르 아르메니아 교회(Armenian Church of Singapore)라고 칭한다.

 

이 교회는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CBD) 인근인 힐 스트리트(Hill Street)에 위치하고 있다. 포트캐닝파트 근처로 성앤드류 성당(St. Andrew's Cathedral), 페라나칸 박물관(Peranaka Museum)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https://maps.app.goo.gl/6L6P9PzJr8B4eXMT7

 

Armenian Apostolic Church of St. Gregory the Illuminator · 60 Hill St, Singapore 179366

★★★★★ · 아르메니아 교회

www.google.com

 

  아르메니안과 싱가포르

영어에 익숙하지 않아선가? 얼핏 보고, 아메리칸 교회 (ㅋㅋ)  인줄 알았다. 아르메니아는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크게 얽힌 적은 없지만,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고유의 언어와 종교를 지켜온 역사적 배경때문에 비슷한 운명의 국가로 언급하곤 한다.  아르메니아는 지리적으로 북쪽으로는 조지아, 동남서쪽은 아제르바이잔, 서쪽은 튀르키에, 남쪽은 이란과과 접하고 있다. 오래동안 러시아 제국과 소련의 지배를 받았지만, 아르메니아인이 전체인구의 98%를 차지하니, 거의 단일민족이라고 할 수 있고, 또한 아르메니아어인 자신의 고유언어와 아르메니아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거기에 종교까지 아르메니아 사도교회를 국교로 체택한 하나의 국가이며 민족이고 국가교회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아르메니안들은 페르시아상인들처럼 무역업에 종사하였는데, 싱가포르 개항 직후인 1820년대에 이주하기 시작하고 점차 정착하면서 아르메니아인 공동체를 키워나갔다. 그들의 경제적 영향력은 영국상인 다음으로 컸다고 하는데, 그들의 공동체가 바로 이 교회까지 설립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의 그들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게 되었다. 중개무역을 주로 하던 그들에게는 새로운 무역환경의 변화와 중국 상인들의 진출로 경쟁이 심화되었고, 오스만제국(현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1915-1923)로 본국으로부터의 새로운 이주민 유입이 끊기면서 점차 싱가포르 공동체의 규모가 축소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아르메니안이 없는 빈 성전으로 남아, 결혼식이나 타종교의 예배 대관사업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아르메니안으로는 래플즈호텔(Raffles Hotel)을 설립한 사키스 형제(Sarkies Brothers), 싱가포르 국화인 '반다 미스 조아킴(Vanda Miss Joaquim)' 난초를 육종한 애그니스 조아킴(Agnes Joaquim), 싱가포르 최대 일간지인 '스트레이츠 타임스(The Straits Times)'의 창간자인 캐치스 모세스(Cachick Moses)를 들 수 있다.

성전 안에 걸려있는 1960년대 아르미안 공동체의 단체사진

 

위 사진에서 1960년대에도 아르메니아 정교회의 성직자가 있었고, 아르메니안 공동체가 건재함을 보여준다.  

아르미안 성전에 설치된 기념비

 

이 기념비는 1867년에 제작된 것으로 붉은 십자가 아래 아르메니아어와 일부 영어가 혼용되어 성전의 건립배경과 주요 인물을 기념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성전의 헌정 : 아르메니아의 수호성인인 '계몽자 성 그레고리'에게 이 성전이 봉헌되었음을 선포함
건립 시기 및 기록: 싱가포르 아르메니아 공동체가 힘을 모아 1835년에 성당을 건립하고 1836년에 축성했으며, 본 비문은 그로부터 30여 년 뒤인 1867년에 그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세워짐
주요 기여 인물: 비문 중간의 굵은 글씨들은 성당 건립과 유지에 큰 공을 세운 아르메니아 상인들의 이름임
  - 레고르 이사야 자카리안(GRIGOR ISAIAH ZACHARIAN): 성당 건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 중 한 명
  - 카치크 모세스(CATCHICK MOSES):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의 공동 창립자로도 잘 알려진 인물로, 성당에 시계탑과 종을 기증한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음
신앙 고백: 공동체가 타향인 싱가포르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음을 강조하며,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함

 

■ 성전 건축과 배치 구도

아르메니안 교회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건축가인 조지 콜먼(George D. Coleman)이 설계했다. 옆에 있는 세인트 앤드류 성당 역시 그가 설계했으니, 역사깊은 많은 건축물이 콜먼의 손에 의해 지어졌다고 볼 수 있다.  위의 기념비에 적힌 것처럼 1835년 완공되어 1836년 축성되었으니,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지 콜먼의 건축스타일인  '신고전주의 양식'에 열대 기후에 맞게 넓은 베란다와 통풍을 고려한 루버(Louver)창문을 도입했다. 건물의 위에서 바라보면 건축물이 십자가 형태로 설계되었고, 신고전주의 양식에서 보이는 과도한 장식없이 절제된 미학으로 회귀하려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건물 전면은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기둥이 보이고, 좌우 대칭과 비례가 강조되었다. 

내부는 외관과 대조적으로 원형구조로 아르메니아 전통 교회양식을 반영하고 있다. 위에 보이는 돌출된 현관은 처음 세워진 형태에서 후에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 성전 외에도 교회 부지에는 기념정원, 사제관, 헤리티지 갤러리가 함께 배치되어 있다.  

 

■ 아르메니아 사도교회란?

 

아르메니아 사도교회는 오리엔탈 정교회의 한 계파이다. 301년 국교로 채택했고, 5세기 초 성경을 아르메니아어로 번역하고 민족 언어를 보존하기 위해 사제이자 학자였던 성 메스로브 마슈토츠가 아르메니아 문자를 창제했다고 한다. 우리 세종대왕처럼 한 사람이 문자를 창제한 사례가 또 있을 줄이야.... 아르메니아 사도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가 참된 신성과 인성의 두 본성을 가진다는 교리를 거부하고, 신성과 인성이 분리되지 많고 하나로 결합된 '단일한 육화된 본성'이 있다고 고백한다. 이를 미아피시스(Miaphysitism, 단성론)이라고 한다. 아 어렵다. 가톨릭신자인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본성을 이해하고 있었나 자문하게 된다.

제단은 소박한데 최후의 만찬 그림과 작은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 교회를 더 엄숙하게 만드는  조각상들

메모리얼 카치카르(Memorial Khachkar)

이 조각은 오스만제국에 의해 자행된 아르메니아 집단 학살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목적으로 제작되었고, 학살 100주년인 2015년에 세워졌다. 얼핏보면, 녹슨 철재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아르메니아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붉은색 화산암인 투프(Tuff)로 제작되었다.  

 

 

교회 입구에서부터 볼 수 있는 이 조각들은 날개가 있어 천사로 추측되는데, 고통스럽고 암울한 기분이 느껴졌다.  성당 정원에는 "십자가의 길(Stations of the Cross)(2004년작)"이라는 제목의 청동 조각상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예수그리스도가 빌라도에게 사형선고를 받은 후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에 이르기까지의 14가지 주요 사건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조각상에 대한 안내문이 돌판에 새겨져 있는데, 테구 오스텐릭(Teguh Ostenrik, 인도네시아 자카르트 출신) 조각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매고 넘어진 모습이나, 옆에서 그를 걱정하는 마리아의 조각상은 몸이 땅으로 꺼질 것 같은 느낌을 줌으로써, 예수님의 고통을 더욱 극대화하고 있다. 이렇게 낮은 시점으로 작품을 설치하여, 관람객에게 몸을 낮춰 예수를 바라보도록 한 점은 인상적이었다.

■ 기억하라, 싱가포르에 묻힌 아르메니안을

조각상이 있는 맞은편 교회 마당에는 과거 싱가포르에 거주했던 아르메니안의 묘비가 모여있다. 일제 시신이 안치된 묘지는 아니고, 싱가포르 곳곳에 흩어져 있던 묘지의 묘비를 이곳으로 옮겨와 조성한 것이다. 

 

이 중에는 아그네스 조아킴(Agnes Joaquim, 1854-1899)의 묘비도 있다. 정원사인 그녀는 세계 최초로 난초를 교배하여 싱가포르 원예박람회에서 최고 상을 받았고, 이 난초인 '반다 미스 호아킴(Vanda Miss Joaquim)'이 싱가포르의 국화가 되었다. 다른 두 난초가 교배하여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화려한 난초가 탄생한 것에 의미를 두어, 다문화적 배경과 인종간의 조화를 강조하는 싱가포르 정부가 국화로 채택한 것이다.

아그네스 조아킴의 묘비
출처 https://blog.naver.com/cychang2/10182012043?viewType=pc

 

낯선 나라 아르메니아, 나는 싱가포르에서 이 나라를, 이 민족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곳 아르메니안 교회에서...

아르메니아인들을 만나보지도, 또 그 나라를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곳 성당에서 그들이 남긴 자취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성당 뒤편의 옛 사제관 건물에는 아르메니안 헤리티지 갤러리가 있다. 싱가포르 아르메니아 공동체의 역사, 종교, 당시 상인들의 생활상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하는게 좋겠다. 메일( gallery@armeniansinasia.org )로 사전 예약을 해야 관람할 수 있다고 해서 나도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https://booksharp.tistory.com/45

 

아르메니안 헤리티지 갤러리(Armenian Heritage Gallery)

지난번 아르메니안 성당에 다녀온 후 아르메니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아르메니안 헤리티지 갤러리에 무작정 메일을 보냈다. 이틀 후에 바로 답장이 왔고, 자원봉사자와의 일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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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갤러리 관람 예약을 성공해서 전시를 보고 왔다. ^^

 

https://booksharp.tistory.com/37

 

[싱가포르] Cathedral이라 불리는 두 곳 - 착한목자성당과 세인트앤드류성당

싱가포르에서 여러 교회를 찾아보면 Church이거나 Cathedral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두 단어로는 가톨릭, 성공회, 정교회 등을 구분할 방도는 없다. 다만 Cathedral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라틴어 'ca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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