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는 싱가포르의 독립(개국) 60주년(SG60)을 기념해서 싱가포르 대중문화 60년의 역사를 조명하는 특별전이다. 전시 제목은<SingaPop! 60 Years of Singapore Pop Culture>이다. 마리나 베이 샌즈 옆에 위치한 ArtScience Museum에서 2025년 8월 2일부터 2025년 12월 28일까지 개최되었다. 이 전시는 딕리(Dick Lee)가 기획했는데, 그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싱어송 라이터이며, 작곡가이고 극작가일 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서 다채로운 일을 시도한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전시를 2025년 10월 3일에 다녀왔고 별도로 작성한 글을 바탕으로 정리하면서, Dic Lee의 시선으로 본 싱가포르의 대중문화의 정체성과 진화? 과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싱가포르 문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다문화'이다. 다문화 사회에서 그들의 언어, 음악, 영화, 패션, 음식 등의 요소들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그리고 좋은 의도로는 이를 통해 싱가포르가 문화적으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주고자 했으나, 나에게는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내 생각에 싱가포르가 단시간에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었지만, 문화적 성숙을 위해선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어 새롭게 창조되는 과정이 필요한데, 짧은 싱가포르의 역사안에서 성숙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은것 같다.
1. SingaWho? - 다문화 사회 싱가포르
전시의 중심은 '로작랜드(RojakLand)'로 시작된다. Rojak은 말레이어로 섞이다(Mix) 또는 혼합물을 뜻한다. 결국 다문화의 땅, 혼합의 땅 싱가포르를 의미한다. 이 전시에서도 중국, 말레이, 인도, 유라시아 등 다양한 커뮤니티의 전통과 현대문화가 어떻게 융합되어 오늘날의 싱가포르의 정체성을 형성했는지 보여주려고 했다. 초기 이민자들이 각자의 문화를 가져와 독특한 '믹스 문화'를 만들게 된 배경을 보여주는데, 짧은 시간이라 아직 Mix 된 것 같지는 않다.




각 팝업 전시물들은 중국, 인도, 아랍, 말레이인들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를 키워드로 소개한다. 중국은 경극, 복(福)을 바라는 풍속, 사자춤, 도교사원 등을, 인도는 힌두교사원, 퐁갈 축제 등, 말레이인은 술탄모스크, 전통가옥(attap house) 등을 시각화해서 문화의 기원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싱가포리안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떠나온 고국에서 찾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 SingaStyle - 싱가포르의 패션과 생활
1950년대부터 현대까지의 패션 변천사를 보여주는데, 민족별 전통의상(사리, 치파오, 바주 쿠룽 등)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더욱 흥미로운 점은 미인대회 의상을 전시한 부분이다. (사실 이 의상이 싱가포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나?)

2018년 미스유니버스 싱가포르 대회 의상으로 모에 카심(Moe Kasim, 1970년생)의 작품이다. 치마 밑단에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마리아베이 샌즈, 가든스 바이더 베이, 머라이언 등)를 프린트하고, 위에는 소매에 미국과 북한의 국기로 보이는 두 손이 악수를 하고 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기념 의상이다. 당시에는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이 생뚱맞게 싱가포르에서 만나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싱가포르에서 이 역사적 이벤트가 이루어진 것은 싱가포리안에게는 자부심이며 긍지였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패션에 묻어나는 문화적 의미나 철학 보다는 직관적인 이미지를 통해 '과시'하려는 욕구가 읽혀지는 건 나만 그런걸까?

1970년대 싱가포르 서민의 집을 재현한 설치공간이다. 온통 붉은 배경과 가구는 중국인의 취향을 가득 담고 있는 것 같은데,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젊은 이들에게는 현재의 발전에 감사할 수 있도록 했다.
3. SingaMakan - 싱가포르의 음식
싱가포르의 호커센터 풍경을 재현하고 인터랙티브 게임을 통해 음식문화를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이 모형은 호커센터의 시조가 되는 호커 스톨(Hawker stall)이다. 싱가포르에 외국인 이민자들이 정착하기 시작한 19세기 부터 호터 스톨은 이동식 노점상으로 활용되며 노동자들에게 저렴하고 빠르게 음식을 제공했다. 점차 싱가포르 정부가 공중 보건과 도시질서를 위해 호커 센터(Hawker center) 만들게 된 것이다. 사진속 호커 스톨의 간판에는 發記祖傳豆腐花 라고 적혀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 두부 푸딩 가게'라는 뜻이다. 發記는 상호명, 가게를 뜻하고, 祖傳는 '조상대대로 내려온, 전통의'를, 豆腐花는 '두부 디저트, 두부 푸딩'을 의미한다.
아래의 음식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소개된 것으로 패널에 상세히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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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카창(Ice Kachang) 우리나라 팥빙수랑 유사한 디저트이다. 얼음을 갈아올린 후 다양한 시럽, 옥수수, 팥, 젤리, 연유를 얹어 만든 대표적인 호커 디저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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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 르막(Nasi Lemak) 말레이어로 '기름진 밥'을 뜻한다. 나시 르막은 코코넛 밀크로 지은 밥에 멸치튀김, 탕콩, 달걀, 오이, 삼발(매운 칠리 소스)를 곁들여 먹는 요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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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데 온데(Ondeh Ondeh) 초록색 쫄깃탄 찹쌀떡의 일종인데, 코코넛 가루를 겉에 입히고, 한입 베어 물면 굴라 멜라카(코코넛 팜 슈거 시럽)가 터져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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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Otak) 오탁은 페라나칸-말레이 요리로 칠리, 레몬글라스, 강황, 코코넛 밀크를 넣은 생선 페이스트를 바나나 잎에 싸서 불에 구운 음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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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 해드 커리(Fish Head Curry) 남인도에서 유래한 이 카레 음식은 매콤, 새콤한 국물에 생선머리와 오크라, 가지같은 채소를 넣어 푹 끓인 음식이다. |
4. SingaSong & NDPop
싱가포르의 시대적 히트곡과 유명한 음악가들의 소장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또한 싱가포르 국경일 퍼레이드(NDP)의 역사를 동영상으로 편집해서 제공하고 있다. (Dick Lee가 제작)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스타를 기리는 공간에는 가수 Kit Chan(진결의, 陳潔儀), 음악가 Dick Lee(딕리), 코미디너 Kumar 등이 있다.
진결의(陳潔儀)는 싱가포르 가수가 대만, 홍콩에서 성공을 거둔 가수이며, Dick Lee(딕리)는 싱가포르의 최고 예상인 문화훈장(Cultural Medallion) 수훈자이기도 하다. Kumar(쿠마르)는 인도인 커뮤니티를 넘어 싱가포르 팝 컬쳐의 상징적인 인물로, 드래그 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코미디언이자 예술가이다.



5. SingaStories & SingaVoices - 노스텔지어 그리고 함께 부르는 'Home'
전시의 마지막은 몰입형 영상과 싱가포르 시민들이 함께 부르는 Dick Lee의 노래 'Home' 으로 마무리한다. 10년마다 변화하는 싱가포르의 모습을 확인하고 코로나 시절 900명의 시민 합창단이 싱가포르에 대한 헌정의 뜻을 전하고 있다.

https://youtu.be/-psK61cafiE?list=RD-psK61cafiE
<Home> 노래 가사는 아래와 같다.
Whenever I am feeling low I look around me and I know 내가 기분이 우울할 때마다 주위를 둘러보면 알 수 있어There's a place that will stay within me 내 안에 늘 머무는 곳이 있음을Wherever I may choose to go I will always recall the city 내가 어디로 가든지 간에 나는 언제나 그 도시를 기억할 거야Know every street and shore Sail down the river which brings us life Winding through my Singapore
거리와 해안을 모두 알고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강을 따라 항해하며 굽이쳐 흐르는 나의 싱가포르
This is home truly, where I know I must be 이곳이 진정한 나의 집, 내가 있어야 할 곳
Where my dreams wait for me, where that river always flows 내 꿈이 기다리는 곳, 강물이 언제나 흐르는 곳
This is home surely, as my senses tell me 이곳이 분명 나의 집, 내 감각이 말해주네
This is where I won't be alone, for this is where I know it's home 나는 혼자가 아니야, 여기가 내가 알고 있는 집이니까
When there are troubles to go through We'll find a way to start a new 어려움이 닥쳐도 우리는 새롭게 시작할 길을 찾을 거야
There is comfort in the knowledge That home's about its people too 집은 사람들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고
So we'll build our dreams together 그래서 우리는 함께 꿈을 세워갈 거야
Just like we've done before Just like the river which brings us life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강처럼
There'll always be Singapore 언제나 싱가포르가 있을 거야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노래다. 나도 어릴 때는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를 즐겨 들었었다. 이 노래가 그런 곡이 아닌가 싶다.
60년의 역사는 한 사람의 인생을 통틀어보더라도, 탄생에서 죽음까지 포함시킬 수 있는 시간 보다도 짧다. 60갑자가 다시 돌아온, 환갑이 된 시점이며,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이렇게 짧은 기간동안, 싱가포르는 눈부신 발전을 했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독보적으로... 그러나 앞으로도 싱가포르라는 나라의 정체성은 모호하면서 만들어가는 노력을 계속될 것이다. 무역의 중심지가 되어 몰려온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가 되어 살아가기 위해,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의 용광로 같은 이곳도 시간이 지나 문화 역사가 쌓여 가고, 과거의 역사와 문화가 거름이 될 시기가 되면, 싱가포르의 역사와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갈 것이다.
싱가포르는 성급하지 않게 써나가야 할 것 같다. 그들의 역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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