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복궁(景福宮)과 한끗 차이의 명칭인 천복궁(天福宮)은 '하늘의 축복이 가득한 성스러운 곳'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차이나타운에 위치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Telok Ayer 스트리트에 있다. 지금은 고층 건물에 둘러싸여 도심 속 전통 사원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지만, 처음 이 사원이 지어질 때인 1839년에서 1842년 사이에는 이곳은 해안가였다. 지금은 싱가포르의 간척사업으로 해안가의 많은 부분이 내륙이 되면서 당시 지어질 때의 주변 환경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천복궁의 화려함 속에 느껴지는 아우라는 시대를 초원해서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https://maps.app.goo.gl/A5VvR5ZxNLArnguQ6
Thian Hock Keng Temple · 158 Telok Ayer St, 싱가포르 068613
★★★★★ · 도교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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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젠성출신 화교와 마조신앙: 천복궁
이 사원은 중국 푸젠성(福建省, Hokkien) 출신의 이민자 공동체에 의해 세워졌다. 이 곳 싱가포르에 남중국 화교들이 많이 살고 있고, 그들이 사당을 지은 역사적 배경은 영국이 무역의 중심지로 이곳 싱가포르를 개발하기 시작한 시점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은 싱가포르 섬을 개발하면서 상당한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식민지인 인도에서 노동자를 데려왔을 뿐만 아니라, 중국 남부의 푸젠성이나 광저우 출신의 중국 이민자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일자리와 더 나은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남중국해를 건너 이 곳까지 와야 했는데, 그들은 뱃사람의 수호신인 '마조(媽祖)신'에게 모든 것을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싱가포르에 무사히 도착한 것은 오로지 마조신의 은덕이므로, 이들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으로 작은 사당을 만들어 마조여신(Mazu)의 신상을 모셨다. 이 시기를 1821년 경으로 보고 있다. 작은 마조 사당이 현재의 모습으로 지어진 것은 1839년부터 1842년 사이에 탄톡셍(陳篤生 Tan Tock Seng) 등 푸첸성 출신의 부유한 상인들의 기부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 건축물은 숙련된 중국 장인들에 의해 설계되었는데, 단 하나의 못도 사용하지 않고 지은 전통 남중국식 건축기법으로 지어졌다. 화강암 기둥과 석조 장식품의 대부분의 재료가 중국 본토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입구에 있는 낮은 화감암 벽은 원래 만조 시 바닷물이 사원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건설된 것이라고 하니 당시 해안과 가까웠다는 사실을 이 벽이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싱가포르에 있는 다른 사원과는 달리 양쪽에 3층짜리 탑이 있고 별도의 입구를 만들어 놓았다.


왼쪽의 탑은 숭문각(崇文閣, Chong Wen Ge)으로 '학문을 숭상하는 집'이라는 뜻으로, 싱가포르 최초의 화교학교가 시작된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카페로 쓰고 있으며, 왼쪽의 파란 건물인 복건회관(福建會館)과 연결되어 있으며 1층은 식당이다. 오른쪽 탑은 경덕회(慶德會, Keng Teck Whay)로 '덕을 경축하는 모임'의 뜻이니 싱가포르 최초의 상부상조 단체의 본부로 쓰였다고 한다. 지금은 기도의 장소로 쓰이는데, 경덕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단정한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
천복궁 입구: 관람객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드는 장엄한 장식
입구 중앙의 신이 다니는 통로의 출입문은 용이 지키고 있다. 황금색 용이 문에 화려하게 그려져 있고, 양쪽에는 문신(門神)이 그려져 있다. 측면 벽에는 호랑이와 용이 부조로 조각되어 있고, 그 위 천장과 가까운 곳에 사자상이 자리를 잡고 있어 신의 영역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입구의 화강암 벽에는 박쥐가 다양한 모습으로 새겨져 있다.







둥근 돌창문(石槍)의 모서리에 4마리의 박쥐가 새겨져 있는데, 사람들이 손으로 박쥐조각을 문질러 행운을 얻으려 했다. 그래서 그런지 반질반질해져 있다. 박쥐는 한자 蝠(박쥐 복)이 복(福)과 발음이 같아 '복이 깃들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많이 사용하는 동물이다.
천장에는 기린(麒麟)인지 용이 머리에 물고기 비늘을 가진 용두어신(龍頭魚身)으로 추정는 특이한 조각상이 있다. 입에서 뭔가를 토해내고 있는데, 이는 기린옥서(麒麟玉書)의 도상과 매우 유사하다. 몸엔 비늘이 보이고, 뒷다리 쪽에는 황금으로 조각된 인물이 앉아있다. 양손에 뭔가를 들고 있는데, 동그란 금화꾸러미 같기도 하다.
전설에 따르면 공자가 태어난 날 밤, 기린이 공자의 집에 내려와 세 권의 옥서(玉書, 옥으로 된 책)을 토해냈다. 공자의 가족들은 감사의 표시로 기린의 뿔에 오색 비단 끈을 묶어주었고, 공자는 이후에 그 세권의 옥서를 정독하여 성인이 되었다.







파정남명(波靖南溟) : 청나라 황제가 싱가포르에 평안한 파도를 기원하는 글을 보내다.

본전에는 마조신(媽祖神)을 모시고 있다. 중앙에 가장 큰 풍채로 하얀 얼굴에 면류관을 쓰고 홀을 들고 앉아있는 분이 마조여신이다. 그리고 그 앞에 검은 얼굴에 화려한 화관을 쓴 작은 마조신이 큰 풍채의 마조신 앞에 놓여져 있다. 사람들은 마조신을 ‘娘娘’ ,‘海上女神’, ‘天妃’, ‘天后’, ‘天上聖母’ 등으로 칭한다. 마조(Mazu)는 중국 푸젠성 출신의 실존인물인 임묵(Lim Mo)가 신격화된 존재이다. 그녀가 바다에서 조난당한 사람을 구하고 날씨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어서 신으로 모셔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 왕비, 후궁, 여신 등의 다양한 존칭을 하게 되었다.




마조여신상 위에 써있는 현판 <파정남명(波靖南溟, Bo Jing Nan Ming)>은 남해의 잔잔한 파도라는 의미로 1907년 청나라 광서제가 하사한 글로 만든 현판이다. 1998년 이 사당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편액이 발견되었고 지금은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에 기증되었다. 청의 황제가 하사품을 보낸 이유에는 싱가포르 화교 사회에 대한 제국주의적 관심과 함께 그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는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조신 양 옆을 지키는 든든한 신 : 관성제군 (關聖帝君) 과 보생대제(保生大帝)
이 사당은 마조신을 주 신으로 모시고 있으나, 불교와 도교의 성격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함께 모시는 신들을 살펴보고 각각 누구인지, 그리고 그분들께 한번씩 소망하는 바를 빌어보는 것도 사당을 방문하는 즐거움과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중국인이 마조신 만큼이나 대중적으로 모시는 신인 관성제군(關聖帝君), 즉 관우(關羽)는 마조여신의 왼쪽(우리가 바라볼때는 오른쪽)에 있다. 충의와 신의를 상징하고 이것이 '신용'에서 확장해서 사업의 번창으로 이어지면서 '재물신'이 되었다. 삼국지에 묘사된 관우의 외모가 이 조각에도 잘 드러나 있다. 대추처럼 붉은 얼굴....
"신장 9척에 수염 길이가 2자였으며 얼굴이 대추처럼 붉고, 기름을 바른 듯한 입슬, 붉은 봉황의 눈, 누에가 누운 듯한 눈썹"


마조여신의 오른쪽에 있는 보생대제(保生大帝)는 '의술의 신'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중국 푸젠성(복건성)에서 979년에 태어난 오본(Wu Ben)이라는 의사였는데 평생을 가난한 사람을 무료로 치료해 주고, 심지어 용의 눈을 고쳐주거나 호랑이의 목에 걸린 뼈를 빼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믿을 수 없는 업적이 있으니, 그가 죽은 후 그를 신으로 모시게 되었다.
정전의 뒤에는 후전(後殿)과 그 사이에 과수랑(過水廊: 지붕이 있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비를 피해 다닐 수 있도록 만든 복도)이라는 복도가 있다. 정전 양 옆의 통로를 통해 동서측에 배전(配殿)이라 하여 똑같은 구조의 신을 모시는 사당이 나란히 있다. 복도를 통해 이 신들에게 찾아가 기도를 한다. 물론 향을 피워 신과의 소통을 꾀하고 주변의 부정한 기운을 정화시키는 예식을 갖춘다.
다음 글에서는 이곳의 다양한 신들을 만나보고자 한다. (힌트! 유교, 불교, 도교 신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음)
https://booksharp.tistory.com/27
[싱가포르] 천복궁 사원(天福宮)- Thian Hock Keng Temple [2]
https://booksharp.tistory.com/24 [싱가포르] 천복궁 사원(天福宮)- Thian Hock Keng Temple [1]우리나라 경복궁(景福宮)과 한끗 차이의 명칭인 천복궁(天福宮)은 '하늘의 축복이 가득한 성스러운 곳'이라고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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