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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는 싱가포르

[싱가포르] 부킷티마힐을 품은 부킷티마 자연보호구역(Bukit Timah Nature Reserve) ①

by 조타 2026. 3. 10.

싱가포르는 1960년대부터 친환경도시 개발정책이라는 한 가지 방향성을 지금까지 견지하며, 자연 속 도시, 도시 속 자연이라는 이상적인 도시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 정책에서의 슬로건이었던 '정원도시'자연은 관리되고 통제되는 대상이라는 관점이 내포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자연 속 도시(City in Nature)'라는 좀 더 광범위하고 자연과의 유기적 결합의 친환경 정책이 추진 중이며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현재(2026년) 4대 주요 자연보호구역을 지정하고, 도심과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연공원을 조성해 자연과 도시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싱가포르 섬의 중앙에는 약 30㎢ 면적에 해당하는 부킷티마 자연보호구역(Bukit Timah Nature Reserve)중앙 저지대 자연보호구역(Central Catchment Nature Reserve)이 있는데, 원래는 하나의 숲이었으나, 1980년대 초 부킷티마 고속도로(BKE, Bukit Timah Expressway)가 건설되면서 숲은 양분되고 두 개의 자연보호구역이 되었다. 
 
4대 자연보호구역 중 부킷티마 자연보호구역에 우뚝? 솟아있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부킷티마힐(Bukit Timah Hill)의 최고봉(Summit)을 다녀왔다. 오늘은 탐방센터(Visitor Centre)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탐방센터를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https://maps.app.goo.gl/UHRsJcnMh4z75Ryk7

 

Bukit Timah Nature Reserve · Hindhede Dr, 싱가포르 589318

★★★★★ · 자연보호구역

www.google.com

 

 
탐방센터(Visitor Center)에 들어가면 식물표본과 다양한 패널을 통해 부킷티마 자연보호구역의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다. 홀 중앙에 전시된 호랑이는 과거 싱가포르에 실제 서식한 말레이호랑이(Malayan tiger)를 기억하기 위한 복제품으로 1930년에 마지막으로 발견된 이후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세기에는 이곳 부킷티마에 호랑이가 많이 살았다고 하는데, 당시 매년 수 백명의 인부들이 호랑이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기도 했다고 한다.
 
부킷티마 자연보호구역과 중앙 저지대자연보호 구역의 경계를 지나가는 BKE 고속도로에 최초로 건설한 Eco-Lin에 대한 소개와 부킷티마 자연보호구역이 더 확대, 강화된 시대적 변화를 아크릴레이어의 중첩으로 소개하는 흥미로운 전시도 볼 수 있다.

 
 

 
탐방센터에서 나와 정상까지 다녀온 코스는 아래와 같다.

주탐방로(Main Road)  → Summit Steps  → 정상(Summit)  → Main Road   → Quarry Road   → Telecomm Tower   → Quarry Road(되돌아감)   → Main Road   → Kruing Path   → South View Path   → 주차장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곳, 부킷티마 힐 서밋(Summit)의 높이는 해발 163.63m, 입구에서 정상까지 1.2km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본격적인 등산 안내도가 나오는 산자락까지 가는데도 2km가 넘으니, 둘레길 정도로 생각해도 될 것 같다. 그래도 이곳에 오르려는 사람들의 자세는 우리나라 등산객과 사뭇 다르지 않다. 험한 산세는 아니지만 열대 원시우림 지역의 숲을 이루는 거대한 나무들과 습한 날씨, 그리고 가끔 출몰하는 원숭이와 야생동물들이 이곳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탐험의 자세를 갖게 해 준다.

 
주탐방로(Main Road)는 잘 닦여져 있지만, 경사는 좀 가파른 편이다.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표지판을 자주 볼 수 있지만, 사실은 원숭이가 우리 간식을 뺏어가니 조심하라는 안내판으로 바꾸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도 원숭이에게 간식을 뺏긴 적이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신출귀몰하게 간식을 낚아채갔다. 더 화가 나는 건, 원숭이가 3~5m 거리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며 간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인데, 마치 나를  조롱하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절반 정도 올라가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계단을 오르는 조금 가파는 코스인 Summit Path는 계단을 따라 150m 정도 올라 가면 정상에 도착하는 반면, 완만한 경사의 Main Road는 540m 거리의 코스이다. 나는 Summit Path로 올라가 Main Road로 내려오기로 했다.

 
얼마 안 가서 바로 정상에 도착했다. 가운데 뻗은 계단 위에는 정자(Summit Hut)가 있고, 왼쪽과 오른쪽에는 통신중계탑이 나란히 세워져 있어 이 장소의 명성에 누를 끼치고 있다. 
 

 
부킷티마 언덕 이 지질학적으로 약 2억 3천만 년 전 형성된 고대 화강암 덩어리로 이루어졌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일까? 이곳 기념 돌도 화강암으로 만들었다. 탐방객들은 여기서 하이킹의 성공과 싱가포르의 최고 높은 장소라는 의미를 담아 모두 인증숏을 남긴다. 
 

 
이 사진은 부킷티마 힐(Bukit Timah Hill)에 오른 최초의 기록이다. Summit 앞에 자세한 안내패널에서 찍은 사진이다. 내용에 따르면 1827년 6월 싱가포르 상주 의원인 존 프린스(John Prince)와 중국 하청업자들이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농장, 언덕, 늪 등을 지나 22.5km를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5시간 정도 걸렸다고 한다. 이곳까지 인력거를 타고 양산을 쓴 레이디의 우아한 모습이 내 비위에는 맞지 않지만....
 




정상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Quarry Road로 잠깐 우회하기로 했다.  이 길의 끝에서 낭떠러지와 통신 중계탑(Relay Towers)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보이는 경치는 힌헤데 채석장(Hindhede Quarry)과 호수다. Quarry는 채석장이란 뜻으로 과거 싱가포르의 도시 건설에 필요한 화강암을 얻기 위해 이곳에서 채굴을 했기때문에 지어진 명칭이다. 지금은 채석이 중단되고 빗물이 고여 자연스럽게 커다란 호수가 형성되었다. 

 
Quarry Road 끝에서 본 호수와 채석장의 흔적은 무성한 나무들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추후 힌헤데 채석장 전망대에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방문 후 블로그에 추가할 예정임)

 
쿼리로드(Quarry Road) 종착지에 있는 통신 중계탑원래 방갈로(The Bungalow)가 있던 장소이다. 1840년대에 스티븐슨 대위(Captain Stevenson)라는 인물이 이곳에 작은 원두막을 지었고, 당시 이곳에서 바라본 전망이 말레이시아 페낭 힐(Penang Hill)의 경치와 비견되었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로 페낭여행을 꿈꾸게 된다면 진정한 여행가 ) 이후 1856년 정부 관리들에게만 제공하던 공간을 일반인에게도 제공하기 위해 휴양용 방갈로가 위의 사진처럼 지어졌고, 이후 사용이 뜸해져서 방치되다가 철거되었다고 한다. 

 
다시 메인로드(Main Road)를 따라 부킷티마힐을 내려가고 있다. 열대 우림이 그늘을 만들어줘서 뜨거운 햇빛은 피해 갈 수 있기에 트레킹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온다습한 날씨에 땀이 많이 나는 건 감수해야 한다. 오를 때와 내려갈 때 보는 시선이 달라서인가? 또 새로운 시선으로 경치를 감상하게 된다. 

벼락 맞은 나무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기도 하고,  잘린 나무둥치를 사람의 얼굴로 만들어 놓은 탐방객의 해학을 놓치지 않을 여유도 생겼다.

 
크룽 패스(Kruing Path) 사우스 뷰 패스(South View Path)로 돌아 내려왔다. 이어져 있는 계단에는 낙엽이 소복히 쌓여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과 다르게 이곳 나무들은 일 년 내내 낙엽이 떨어진다. 다만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이 지역에서는 수분손실을 막기 위해 건기에 많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다.
크루잉(Kruing)은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대 거목의 이름으로 이 길을 따라가다보면 거대한 수간(줄기)을 가진 딥테로카프(Dipterocarp) 숲의 울창한 캐노피를 감상할 수 있다.  딥테로카프(Dipterocarp)는 '두 개의 날개가 있는 열매'라는 뜻으로 딥테로카프과 나무들이 우점종을 이루는 숲을 말하며, 동남아시아 열대 우림의 특징이기도 하다.

[좌] 메라가(Meraga 학명 Pertusadina eurhyncha), [우] 침향나무(Kayu Gaharu 학명 Aquilaria malaccensis)

 
부킷티마힐의 나무 중 보통 40~70m, 크게는 80m 이상 자라고 숲의 가장 높은 지붕인 캐노피를 형성하는 눈에 띄는 몇 나무를 소개해 보겠다. 수령이 오래된 메라가 나무의 줄기에는 길쭉한 구멍이 뚫려있어 마치 격자 세공품 같은 느낌을 준다. 이 나무는 싱가포르에서 보호종으로 관리되고 있는데, 관리등급이 취약(Vaulnerable)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침향나무로 불리는 카유 가하루나무는 예로부터 약재, 향수, 향(incense)의 재료로 사용했는데, 나무에서 나오는 수지(resin)를 채취해서 사용한다. 이 나무는 성장이 느린데 과도한 채취로 인해 국제적인 보호(CITES)를 받고 있다.

[좌] 메르바우(Merbau, 학명 Intsia palembanica), [우] 싱가포르가 지정한 Heritage Tree

 
메르바우(Merbau) 나무는 목재를 얻기 위해 무분별한 벌목을 한 결과 심각한 멸종위기 단계로 지정된 나무이다. 높이 50m까지 자라고 해발 85m 이하의 내륙 저지대에서 발견되며 갈색과 노란색 염료를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보존가치가 있는 나무를 'Heritage Tree'로 지정해 나무에 표시를 하고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약 260 여 그루의 나무를 등록하고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지정을 위해 몸통이 5m 이상이어야 하고 희귀종, 역사적 가치, 문화·사회학적 가치, 미학적 가치 등의 기준으로 심사하는데, 추천을 받은 나무를 앞의 기준에 따라 전문가가 심사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레드룹(Red Dhup, 학명 Parishia insignis)

 
카유 폰티아낙(Kayu Pontianak)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레드룹은 나무 밑동이 벽처럼 넓게 보이는 판상근(널따란 뿌리)이 특징이다. 나무가 강하고 높게 자랄 수 있도록 지지하는 힘을 더 키울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말레이어로 '폰티아닉'은 '여성유령'을 의미하는데, 종종 나무 옆 가지에 여성유령이 앉아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는 괴담이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판상근 사이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주차장은 넓지는 않다. 매일 오전 7시에서 오후 7시(일몰 전 마지막 입장) 사이에 부킷티마 힐의 입장이 가능하고, 트레킹 소요시간이 약 1~2시간이니  시간을 잘 맞추면 바로 주차를 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다양한 국립공원과 자연보호구역은 도심과 너무나 가까이 있다. 접근성이 좋다기 보다는 그냥 내 주변이 자연이다. 도심의 편리성을 좋아하는 현대인이 원시림과의 공존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곳. 싱가포르이기에 가능하고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나라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