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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는 싱가포르

[싱가포르] 월해청 사원(粤海淸廟)- Yueh Hai Ching Temple

by 조타 2026. 2. 10.

싱가포르의 Phillip 스트리트에 위치한 Yeuh Hai Ching Temple은 싱가포르에 있는 도교사원 중 가장 오래된 사원이며 또한 독특한 가람배치를 가지고 있다. 이름의 Yehu, 粤는 중국 광둥성을 뜻하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발음으로는 '월'이라고 읽는다. 한자어의 의미를 풀이하면 '광둥(粤) 사람들이 바다가(海) 평온하기를(清) 바라는 사원(庙)'의 뜻을 담고 있다. 과거 중국에서 싱가포르로 온 이민자에게 바다는 목숨을 걸고 건너야 하는 대상이었고, 늘 바다가 잔잔하고 평화롭길 기원해야했다. 그래서 이 사원도 다른 도교 사원과 마찬가지로 바다의 신인 '마조신'과 하늘의 아버지인 '현천상제'를 모시고 있다.

설립배경 : 광둥성 조주(潮州, Teochew)  지역의 커뮤티니

 

이 사원은 광둥성의 조주(潮州, Teochew) 지역의 커뮤니티에 의해 설립되었다. 지역 방언으로 조주를 테오추라고 발음하며, 이 사원 역시 테오추 방언으로는 '왓하이청 바이오'라고도 일컫는다. 설립 시기는 정확하지 않으며, 1820년대에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목조 판자집 형태였으며, 1896년 테오추 커뮤니티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자선단체인 민안공사(民安公司, Ngee Ann Kongsi)에 의해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진행되었다. 1996년 싱가포르의 국가 기념물로 지정되어 수리 및 복원 과정을 거쳐 지금의 사원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월해청 사원 입구
월해청 사원 입구를 들어와서 바라본 문 안쪽

 

건축양식과 구조 : 광동지역의 조주양식으로 지은 사당

 

이 사원의 출입문부터 전점(剪粘, cut and paste) 기법의 도자기 장식이 보인다. 생기발랄한 봉황과 입에서 불꽃을 토해내는 용머리가 유연한 곡선과 다채로운 도자기 조각으로 표현되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안쪽 출입문 지붕의 장식은 더욱 화려해진다. 중국 고사에 나오는 인물들로 마치 중국의 경극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넓은 마당 너머에 똑같이 생긴 사당 두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데, 마치 데칼코마니를 한 것 같은 착각까지 든다. 왼쪽이 마조여신(媽祖, Mazu), 오른쪽은 테오추지역의 수호신인 현천상제(玄天上帝, Xuan Tian Shang Di)를 모신 사당이다. 지붕은 도자기 부조 장식으로 무척 화려하다.

마조신(왼쪽)과 현천상제(오른쪽)를 모신 전각
전점기법으로 표현한 역동적인 인물고사 조소

 

전점(剪粘, cut and paste) 기법은 깨진 그릇과 꽃병 조각을 사용해서 지붕을 장식하는 것인데, 이는 지리적 특성에 따라 사용되었다. 바다 근처에 위치한 열대몬순 기후에서 유약이 표면에 발라져 있는 도자기 조각은 변색되지 않고 장식적인 외관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건축물을 복원하거나 수리할때 자외선 차단을 위한 특수 유약으로 코팅해서 햇빛의 노출과 강한 비에도 장식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전통 양식을 계승하기 위해 현지 장인들을 고용하고 있다.

 

사당은 이들이 지킨다 : 용호와 문신

 

두 사당에 각각 들어가면, 제대 양 옆에는 용과 호랑이 부조가 걸려있고, 그 위에는 다양한 고사를 표현한 부조가 장식되어 있다. 이 부조는 포회(包灰, Bao Hui) 기법으로 제작되었는데, 이는 천연 수압석회(Natural Hydraulic Lime, NHL)를 사용해 만든 프레스코 양식이다. 일반 석회와 달리 물과 반응하여 굳기때문에 습한 아열대 몬순기후에 적합단 표현기법이라고 한다. 여기에 조개 재(Shell ash)를 사용해 조각을 고정하였고, 석고에 달라붙는 특수 안료로 채색을 했다.

마조사당의 호랑이와 용
현천상제 사당의 호랑이와 용

사당 입구를 지키는 문신(門神)은 같은 밑그림(체본)으로 그린 듯 싶다.

마조사당과 현천상제 사당을 지키는 문신(門神)
 
작은 얼굴의 결정판 : 마조여신과 현천상제

 

마조여신의 제단에 써있는 후덕제천(后德齊天)은 마조신의 두터운 덕이 하늘과 가지런하다(하늘에 비견될 만하다)는 의미로, 마조 여신의 자비롭고 광대한 공덕이 인간계를 넘어 하늘의 영영만큼이나 크고 위대함을 찬양하는 존경의 표현이라 하겠다. 현천상제의 제단에 있는 제덕광운 (帝德廣運)은 상제의 덕이 세상 구석구석까지 넓게 퍼져 움직인다는 뜻이다. 두 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속세와 성소를 구분하는 정문(산문이라고도 함 Mountain Gate)을 지나 사당 건물 앞에 놓여있는 옥외 향로(천공향로 Tian Gong Burner)에서 향을 피우고 기도를 한 후 내부 사당으로 들어가게 된다. 안에는 신도들이 기도를 올리고 공양물을 올리는 넓은 공간에 공양테이블이 놓여있는데, 테이블 몇 개를 지나야 두 신을 모신 제단으로 갈 수 있다.

마조신과 현천상제의 제단

 

신감(神龕)이라고 칭해야 할 지 모르겠으나, 신을 모신 집 모양의 구조물과 용과 구름으로 표현된 금색 광배 앞에 앉아있는 마조신과 현천상제의 얼굴을 놀랄만큼 작다. 옷과 머리에 쓴 관에 비해 너무 작은 머리는 현대인의 '미의 기준'을 맞춘 건지, 아니면 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건지 그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비율과 다른 파격은 신성함 또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데는 동의할 수 있다.

 

 

사랑을 이어주는 월하노인, 붉은 실을 묶으면 결국 만날 수 밖에 없는 인연

 

현천상제 사원 안에는 목에 빨간 실을 걸고 있는 조각상이 있다. 바로 월하노인인데, 미혼 남녀와 커플들이 인연을 찾거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이 사원을 찾는다고 한다. 중국 설화에서 이 노인신이 빨간 실(인연의 실)을 발목에 묶어 부부의 인연을 맺어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월하노인이 묶은 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혹은 원수 집안이라고 해도 결국 만나게 된다는 전설이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빨간 실을 걸고 기도를 한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효험이 좋은 인연의 장소'라고 입소문이 나서 사랑의 사원(Temple of Love)라는 별칭도 있다고 한다.

 

이 사원은 입구의 지붕부터 사당의 지붕에 장식한 다양한 조각, 싱가포르 이민자들의 애환이 담겨있는 신들 그리고 그 신들에게 간절히 바라는 방문객의 소망이 어우러진 장소이다. 무엇 하나 스쳐지나가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싱가포르에 방문한다면 꼭 들려야할 곳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