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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서재

페라나칸(Peranakan)의 문화 개요

by 조타 2026. 2. 13.

이 글에서는 페라나칸과 그 문화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소개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페라나칸의 역사와 문화를 심층적으로 다루는데 기초적인 길잡이가 될 것이다. 특히 싱가포르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는 동서 세계를 잇는 지역적 특징과 대항해 시대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의 식민지를 거치면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혼재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 페라나칸(Peranakan)말레이어로 아이를 뜻하는 “아나크(anak)”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해외에서 이주한 남성과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후손을 뜻한다. 오래전부터 해상무역으로 아랍, 인도뿐 아니라 유럽인들까지 이 지역의 페라나칸 공동체를 형성해갔다.
 
페라나칸 공동체에서 가장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동체는 중국계 페라나칸이다.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제외된 이유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계(페라나칸 포함)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싱가포르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계 페라나칸 문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페라나칸의 음식, 복식, 건축, 종교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1. 뇨냐 요리 (Nyonya Cuisine)
 
페라나칸 남성은 바바(Baba), 여성은 뇨냐(Nyonya)라고 부른다. 따라서 페라나칸 음식을 뇨냐요리라고 칭하기도 한다. 중국식 식재료와 조리법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양념(코코넛 밀크, 타마린드 등)이 더해진 요리이다. 말레이시아 북부(페낭)는 태국의 영향을 받아 신맛과 매운맛이 강하지만, 남부(싱가포르, 멜라카)는 인도네시아의 영향으로 코코넛 밀크를 사용한 부드럽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2. 복식
 
사롱케바야(Sarong Kebaya) : 몸에 꼭 맞는 블라우스 형태의 상의인 케바야(Kebaya)와 허리에 감싸 입는 긴 치마인 사롱(Sarong)이 한 세트를 이루는 동남아시아의 전통 의상이다. 사롱 케바야는 인도네시아의 마자파히트 왕국 궁전 복식에서 기원했으며, 이후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네덜란드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얻으며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주로 바틱(Batik)이라는 전통 염색기법으로 만든 천을 사용하는데, 다양한 색상과 무늬가 특징이다. 2023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으며, 싱가포르 항공의 유니폼으로 더 유명해졌다.
 

 

3. 건축 (Shophouse)
 
숍 하우스(Shophouse)는 중국전통양식과 유럽의 기둥, 말레이시아의 통풍구조가 혼합된 독특한 페라나칸 전통가옥이다. 정면이 좁고 행인이 햇빛이나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복도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복도는 다섯 걸음의 길이라 하여 Five-foot way라고 부른다. 1층은 상점이나 상업 공간이고, 2층은 주거공간으로 사용되며,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에 에어웰(Airwell)이라고 불리는 뜰이 있다. 파스텔 톤의 색상에 화려한 타일과 장식, 새, 꽃 모티브의 문 등이 특징이다. 싱가포르의 클락 키(Clarke Quay), 차이나타운, 주 치앗(Joo Chiat), 카통(Katong), 에메랄드 힐 등에서 숍하우스를 볼 수 있다.

 

4. 종교
 
초기 페라나칸은 중국의 전통 신앙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들은 조상을 숭배하며 늘 조상이 후손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었다. 가정 내에 화려하게 장식한 조상제단을 모시고, 가문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는 유교적 가치관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도교 신(마조, 관우 등)과 함께 불교 및 공자 등을 함께 모시고, 풍수(Feng Shui)를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중국에서 거친 바다를 통해 이곳에 정착하면서 바다의 신인 마조는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신의 위치가 되었다. 또한 말레이 문화의 애니미즘적 요소와 유럽의 식민 지배를 통해 그리스도교가 그들의 조상신과 함께 제단을 공유하는 종교의 융합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