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틀 무렵, 인적이 드문 시간에 맞춰 산책을 나섰다. 싱가포르 리버 밸리(River Valley)에 살며 좋은 점 중 하나는 걸어서 15분이면 오차드 로드(Orchard Road)에 닿는다는 것이다.


화려한 쇼핑몰들이 빌딩숲을 이루는 이 거대한 중심가는 무려 3개의 MRT 역이 지날 정도로 활기차고 규모가 크다.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빗댈 만큼 끝없이 이어지는 쇼핑몰의 행렬. 하지만 이 복잡한 빌딩숲 사이에 파스텔톤의 숍하우스들이 마치 작은 섬처럼 모여 있는 곳이 있다. 화려한 대로변 옆으로 슬그머니 뻗은 조그만 골목길, 바로 에메랄드 힐(Emerald Hill)이다.

토끼굴에 빠진 앨리스처럼, 오차드 로드의 좁은 골목으로 발을 디디자마자 완전히 다른 시간 속으로 타임슬립을 한 기분이 든다. 이 작은 골목에 '에메랄드'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붙은 건, 오차드 로드의 숨은 보석 같은 장소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골목을 채운 숍하우스들이 싱가포르 건축사에서 가장 화려하고 정점에 달했던 시절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플렌테이션에서 부유한 페라나칸의 주거지역으로
1819년 영국이 싱가포르를 개항하기 이전, 이 일대는 본래 울창한 열대우림이었다. 이후 중국계 이주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곳에 감비어(Gambier)와 후추 농장을 일구기 시작했다. 무리한 경작이 이어지며 푸르던 열대우림은 점차 황량한 불모지로 변해갔다.

19세기 중반, 싱가포르의 농업 환경이 요동치면서 이 지역은 대규모 '육두구(Nutmeg)' 농장으로 다시 한번 변모하게 된다. 당시 대영제국은 향신료 무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싱가포르에 육두구 재배를 적극 권장했다. 이에 1837년, 윌리엄 커페이지(William Cuppage)가 이곳을 매입해 거대한 육두구 과수원(Nutmeg Orchard)으로 개간했다. 에메랄드 힐을 비롯한 이 일대를 가득 채웠던 육두구 과수원으로부터 지금의 '오차드(Orchard)'라는 이름이 유래한 것이다.
그러나 뜨거웠던 육두구 열풍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850년대에 찾아온 원인 모를 병충해와 국제 가격 폭락이라는 재앙이 겹치면서 농장은 급격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커페이지의 농장 역시 완전히 파산했고, 시간이 흘러 1900년대에 이르러서야 중국계 사업가들이 다시 이 황폐해진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1900년, 사업가 세 엥 키아트(Seah Eng Kiat)와 세 분 캉(Seah Boon Kang)이 이 땅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넓은 토지를 작은 필지로 쪼개어 판매했고, 그 자리에는 테라스하우스와 숍하우스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곳은 특히 페라나칸(Straits Chinese)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주택과 상가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이 입소문을 타며 부유한 페라나칸들이 대거 이주했고, 자연스럽게 극장과 학교까지 들어서며 거리는 활기로 가득 찼다. 1920년대에는 중국 조주(潮州, Teochew) 출신의 사업가 로쿤이(Low Koon Yee)가 이곳에 32채의 안뜰형 테라스하우스를 건설했는데, 이는 싱가포르 최초의 계획형 주거단지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번화함도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와 싱가포르 독립이라는 격동의 세월 속에서 서서히 빛을 바래갔다. 주민들이 떠나간 자리는 낡아갔고, 일부는 빈집으로 방치되었으며, 또 다른 구역은 현대식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기도 했다. 관리되지 못한 채 다소 어수선했던 1950년대의 에메랄드 힐은 강도나 가택 침입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날 만큼 치안이 불안한 곳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잊히는 듯했던 골목에 다시 숨통이 트인 것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다. 1985년 도시재개발청(URA)이 이곳을 보존 지역으로 선언하며, 오차드 로드와 면해 있는 숍하우스 6채를 복원한 '페라나칸 플레이스'를 선보인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1989년 공식 보존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에메랄드 힐은 무조건적인 철거도, 박제된 보존도 아닌 '과거를 품은 유연한 개발'이라는 귀중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 번잡한 대로변 옆에서 과거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었던 이유다. 이후 2008년, 에메랄드 힐의 주민들은 주민들 스스로가 이 주거 지역을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자산으로 지속 가능하게 가꾸어 나가기 위해 '에메랄드 힐 보존협회(EHCA)'를 설립했다. 정부의 규제에만 기대지 않고, 자신들의 소중한 재산권과 골목의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지켜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에메랄드 힐 숍하우스의 건축양식
에메랄드 힐의 가옥들은 대부분 1900년에서 1925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지어졌다. 앞서 이야기했듯 부유한 중국계 페라나칸들이 이곳을 자신들의 터전으로 삼으면서, 골목에는 전에 없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주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의 숍하우스는 전면 외벽(Facade)의 특징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 양식으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에메랄드 힐은 숍하우스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과시적인 황금기'를 대표하는 하이브리드 스타일, 즉 '중국식 바로크 양식(Chinese Baroque Typology : 1900~1940)'의 정수를 보여준다. 건물이 3~4층 규모로 높아지고 커지면서, 외벽을 채운 장식의 밀도 역시 극도로 높아진 시기다.

건물 정면에는 그리스·로마 건축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코린트식 기둥(Corinthian column)과 정교한 석고 부조 패널(Plaster relief panel)이 대거 자리 잡았다. 전통적인 말레이식 나무 셔터가 있던 자리에는 유럽풍의 프랑스식 창문(French Windows)이 들어섰고, 포르투갈과 말라카, 해협 중국인의 전통이 섞인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유약 타일(Glazed wall tiles)이 더해지며 외벽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이국적인 유럽식 구조 위에 중국 스타일의 꽃과 새, 상서로운 동물 같은 아시아의 모티브가 정교한 조각과 타일로 얹어졌다는 사실이다. 17세기 유럽을 휩쓴 화려한 바로크 양식에 중국 고유의 장식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한 모습. 동서양 문화의 아름다운 융합을 보여주는 이 독특한 건축을 '중국식 바로크'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에 노랑, 옥색, 핑크, 파랑 등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파스텔톤의 외벽 컬러가 더해져, 거리는 저마다의 다채로운 색을 뽐내면서도 신기할 정도로 서로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정면은 좁고 내부가 뒤로 길게 뻗은 이 독특한 협소 구조는 싱가포르 숍하우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과거 건물의 전면 폭을 기준으로 세금을 징수했던 영국 식민지 시절의 세금 제도가 만들어낸 흥미로운 흔적이다. 또한, 1층 전면은 '5피트 통로(Five Foot Way)' 규정에 따라 지어졌는데, 이는 지금도 변함없이 세찬 비와 뜨거운 햇빛을 피해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공 보행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에메랄드 힐 - 개발인가 보존인가?
에메랄드 힐 로드를 걷다 보면 지나치게 깨끗한 외관이나 세련되게 도색된 벽면이 눈에 들어온다. 문틈으로 살짝 엿보이는 내부 역시 현대적인 통유리와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채워져 있어, ‘이게 무슨 보존인가’라는 의문이 문득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URA)의 보존 정책은 박물관처럼 옛것을 그대로 박제하려는 의지는 없다. 외형의 역사적 정체성은 엄격히 지키되, 내부는 현대 생활에 맞게 고쳐 쓰는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을 핵심 가치로 삼기 때문이다.


보존 구역이라 해서 모든 것이 변경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본 원칙은 건물의 뼈대와 외관을 유지하는 데 있다. 전면 파사드의 모습을 바꾸어서는 안 되며, 지붕 모양과 마루 구조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전통 창문과 대문의 형태, 5피트 보도의 구조를 변형하거나 막는 것도 금지된다. 건물 내부의 자연 채광과 통풍을 담당하는 중정(Airwell) 역시 없앨 수 없다.


하지만 그 외의 요소에는 실용적인 자유가 허락된다. 도색은 시대적 양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URA가 승인한 색상 팔레트 내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도로변에서 보이지 않는 건물의 후면은 지붕 높이를 넘지 않는 선에서 증축도 가능하다. 내부 구조나 마감, 공조 시스템과 배관은 자유롭게 설치하고 매립할 수 있으며, 외관을 해치는 설비는 가림막으로 가리면 그만이다.




이러한 실용주의적 타협 덕분에 에메랄드 힐의 숍하우스는 과거의 껍데기 안에 화려한 현대의 삶을 담아내는 건축물로 변신하는 중이다. 빛과 바람길이었던 중정(Airwell)은 스테인드글라스 천장과 실내 분수, 연못 등이 어우러진 집안의 오아시스로 탈바꿈했다. 겉보기에는 아담한 3~4층 가옥처럼 보이지만, 지하 공간을 파내어 와인 셀러나 미디어 룸을 만들고 옥상에는 선덱(Sundeck)과 야외 미니 수영장을 숨겨놓기도 한다. 과거의 답답한 벽과 낡은 계단을 허문 자리에는 캔틸레버식 회전 계단이나 현대적인 통유리 통로를 매치해 모던한 서구식 인테리어를 연출한다.
겉은 1900년대의 아날로그 감성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현대식 갤러리와 루프탑 풀이 펼쳐지는 반전의 공간. 현재 에메랄드 힐의 가옥들은 한 채당 수천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200억~350억 원 이상)를 호가한다. 자연히 이곳의 주민들 역시 글로벌 자산가나 전문직 엘리트들이 주를 이룬다. 물론 대를 이어 이 땅을 소유해 온 올드 머니(Old Money)와 명문 페라나칸 가문도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100년 전 부유한 페라나칸들이 그러했듯, 오늘날의 자산가들 역시 중국식 바로크라는 화려한 외피를 빌려 자신만의 가장 화려한 요새를 새로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 에메랄드 힐은 과거에 멈춰있는 유적이 아니라, 여전히 뜨겁게 개발되고 있는 현재진행형 공간이다.
에메랄드 힐 로드를 따라


에메랄드 힐은 오차드 게이트웨이(Orchard Gateway) 빌딩의 맞은편에서 그 시작을 알린다. 입구에 들어서면 도시재개발청(URA)이 역사상 최초의 '시범 복원 프로젝트'로 세심하게 리노베이션한 페라나칸 플레이스 컴플렉스(Peranakan Place Complex)가 가장 먼저 반겨준다. 1985년 오픈 당시에는 페라나칸 박물관과 옛 골동품점들이 모여 있던 전통문화 체험 공간이었지만, 최근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지금은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힙한 칵테일바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안쪽으로 발걸음을 조금 더 옮기면, 주변의 화사한 파스텔톤과는 또 다른, 조금 짙고 고풍스러운 무드의 화려한 숍하우스들이 눈에 들어온다. 번지수 1, 3, 5, 7번지 건물이 나란히 늘어선 곳. 왼쪽부터 골동품 매장인 원 프라이스 스토어(One Price Store)를 시작으로, 스페인 헤리티지 와인 바인 ‘케파사(Que Pasa)’, 오랜 역사의 칵테일바 ‘넘버 5 에메랄드 힐’, 그리고 시원한 맥주와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아이스 콜드 맥주(Ice Cold Beer)’가 차례로 어깨를 맞대고 있다.

이 골목의 상징과도 같은 빈티지 골동품 매장 ‘원 프라이스 스토어(One Price Store, 商店一價)’는 이름 그대로 참 뚝심 있는 곳이다. '흥정은 없어, 정찰제(단 하나의 가격)로만 파니까 깎으려면 들어오지도 마!'라는 무뚝뚝하면서도 덤덤한 고집이 간판에서부터 묻어나는 듯하다. 과거에는 주민들의 생필품을 팔던 소박한 잡화점이었지만, 지금은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그 자체로 멋진 빈티지 포토존이 되었다. 아침 일찍 찾아온 탓에 문은 굳게 잠겨 있었지만, 세월을 버텨낸 위트 있는 간판과 문 앞을 지키는 석사자는 여전히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이 바 거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주민들의 한적한 거주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의 주택들은 작은 앞마당과 대문을 갖추고 있어, 앞서 보았던 5피트 보도가 집주인들의 전용 테라스로 아늑하게 다듬어져 있다. 집터 자체가 도로보다 다소 높게 설계된 덕분에 보행자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우기철 스콜로 인한 침수 걱정도 덜어낸 지혜가 돋보인다.

대문 위로 얹어진 중국식 전통 지붕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맨 왼쪽의 화려한 주조식 장식이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집이 나타난다. ‘39’라는 번지수를 멋스럽게 조각한 명판과 아르누보풍의 화이트 철제 게이트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철제 대문 틈 사이로 슬쩍 보이는 풍경이 압권이다.

현관을 든든하게 지키고 서 있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웨민쥔(Yue Minjun)의 청동 조각상 한 쌍. 얼마 전 이온 오차드몰 갤러리에서 유심히 보았던 작품을 이런 뜻밖의 골목에서 마주하니, 집주인의 안목과 예술적 사치가 은근하게 묻어나는 듯하다.




조금 더 걸으니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보았던 블루하우스(청팟제 저택)가 떠오르는, 강렬한 인디고 블루 외벽의 건물이 등장한다. 당시 해협식민지 시절의 페라나칸 호화 저택들이 어떤 양식을 사랑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듯하다. 입구 양옆에서는 태국식 불상이 두 손을 모은 채 정중히 인사를 건네고, ‘魯德安(노덕안)’이라 적힌 현판과 황금빛 문 장식이 푸른 벽면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바로 이어진 옆 건물은 인디고 블루 컬러로 창문 외곽을 둘러 이웃집과 자연스러운 통일감을 주면서도, 문기둥의 우편함과 문패 아래에 강아지가 마주 보는 귀여운 투각 장식을 더해 현대적인 센스를 뽐내고 있다.







집집마다 닮은 듯 서로 다른 ‘핀투 파가르(Pintu Pagar, 시선은 차단하면서 바람은 통하게 만든 페라나칸 전통 하프 도어)’와 문 양쪽의 윈도우 스크린을 하나씩 눈에 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집주인의 취향이 100% 반영된 개성 넘치는 문패와 세심한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집주인이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건지는 몰라도, 집 앞에 맥도널드 포토존을 꾸며놓은 예상을 깨는 뜻밖의 즐거움이 골목 곳곳에 숨어 있다. 550미터 남짓한 짧은 에메랄드 힐 로드를 걷는 데 왜 1시간이 넘게 걸리는지, 직접 발을 들여보면 그 매력에 속절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에메랄드 힐 로드를 빠져나와 센터포인트(The Centrepoint) 건물을 끼고 돌면, 화려한 벽화가 눈길을 사로잡는 커페이지 테라스(Cuppage Terrace)에 닿게 된다. 19세기에 이곳에 육두구 과수원을 일구었던 윌리엄 커페이지(William Cuppage)의 이름이 그대로 남은 거리다. 빛바랜 2층짜리 테라스 하우스들은 에메랄드 힐과 함께 보존 지구로 지정되면서, 이제는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바가 모여 밤마다 불을 밝히는 인기 명소가 되었다.
거리를 채운 벽화는 과거 육두구 농장 사잇길이었던 이 흙길이 오늘날 맛있는 음식과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커페이지 테라스로 진화해 온 과정을 경쾌한 붓 터치로 그려냈다. 100년이 넘은 건축물의 역사 위에 덧입혀진 트렌디한 그래피티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에 도전했다.(셀카는 역시 실패)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어스름한 밤에 이곳에 오면, 벽화 속 인물들처럼 야외 테라스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여정을 매듭짓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장소는 없을 것이다.
사유지의 보존과 개발의 경계에서, 에메랄드 힐이 이토록 매력적인 공간으로 남을 수 있었던 건 여러 복합적인 요인 덕분일 것이다. 정부의 실용적인 보존 정책, 화려한 오차드 로드 중심에 자리 잡은 보석 같은 입지, 그리고 이곳을 지속 가능하게 가꾸어 나가려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함께 맞물려 최고의 시너지를 낸 결과다.
번잡한 오차드 로드를 걷다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혹은 싱가포르의 옛 정취와 마주하고 싶을 때. 100년의 시간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온전히 품고 있는 에메랄드 힐의 토끼굴 속으로, 나는 언제든 다시 한번 기꺼이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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