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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사이트/동남아시아 인문기행

[말라카] 네덜란드 광장, 식민지 역사의 붉은 심장

by 된장언니 2026. 2. 6.

빅토리아 여왕 분수 (Queen Victoria Fountain), 그리스도 교회 (Christ Church), 스타다이스(The Stadthuys)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말라카 중심으로 들어오자마자 상징과도 같은 붉은 건물들이 도열해 있다. '아! 말라카' 온몸이 바로 반응했다. 

네덜란드 광장

붉은 광장 속의 우아함 :  빅토리아 여왕 분수 (Queen Victoria Fountain)


네덜란드 광장 한가운데 붉은 건물들 사이에서 혼자 고고하게 서 있는 하얀 분수가 하나 있다. 네덜란드 광장에 있지만, 영국 식민지 시절에 영국 여왕에게 헌사된 분수이다. 단순히 영국이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말라카 현지인들이 돈을 모아 영국 여왕에게 바친 '선물'이라는 점이 더 인상 적이었다. (분수에 그렇게 써 있다 ~^^)

1897년은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60주년 (다이아몬드 주빌리)이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말라카의 시민들은 여왕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했다. 그래서 라카의 지역 사회와 부유한 시민들(특히 페라나칸: 중국인 상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하였다고 한다. 그들은 여왕의 백성인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좋았던 걸까, 아니면 꽌시같은 중국인 장사치의 본능 같은 것이었을까... 암튼 모금과 설계 과정을 거쳐, 영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대리석으로 실제 분수는 1901년에 완공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때 빅토리아 여왕이 서거하였다. (어째 이런일이...) 결국 여왕의 즉위 기념비이자 동시에 추모비가 되었다.

네덜란드 땅(광장) 위에 꽂아놓은 영국의 깃발 같은 존재"이제 여기 주인은 대영제국이야"라고 말뚝 박기를 한 것이다. 100년이 훌쩍 넘었지만, 지금도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는 그 자테는 참으로 멋지다.
 

빅토리아 분수

 

주인이 바뀌니 간판도 바뀐다 :  그리스도 교회 (Christ Church)

 

개방시간 : (화~일) 9AM~4PM, (월) 휴무

입장료 : 없음


이 교회는 네덜란드가 말라카를 차지한 지 10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해서 1753년에 지어졌다. 처음엔 네덜란드개신교회였으나 영국이 나중에 점령하면서 성공회 교회가 되었다. 교회라고 크게 써있지 않았으면 교회가 아닌줄 알았을 것 같다. (관공서 느낌?)


네덜란드는 1641년 멜라카를 점령한 후, 처음에는 언덕 위 포르투갈인들의 성당(지금의 세인트 폴 교회)을 빌려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하지만 건물이 낡고 언덕을 오르내리기 불편해지자, 네덜란드 점령 100주년을 기념하여 광장 평지에 새로운 교회를 짓게 된 것이다. (더운 적도의 날씨에 정장을 갖춰입고 언덕 위의 교회를 오르는 것은 정말 땀나고 힘든 일이라 평지의 교회가 그리웠다는게 너무나도 이해가 된다.) 교회 천장을 받치는 거대한 대들보단 한 그루의 나무통째로 깎아 만든 것으로 이음새가 전혀 없고, 벽돌네덜란드에서 가져온 선박의 평형수(Ballast)용 벽돌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성공회가 국교인 영국이 지배하게 된 후 네덜란드 개신교(Dutch Reformed) 교회였던 이곳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영국은 내부 구조를 자신들의 예배 방식에 맞게 일부 수정한 뒤, 1838년 정식으로 성공회 교회로 축성(Consecration)하였다. 겉과 속의 소박한 모습에 살짝 실망하려다가 내부에 네덜란드와 영국의 흔적이 묘하게 섞여 있는 것을 보며 호기심이 발동하여 더 자세히 보게 되었다. 라카만의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받아낸 교회가 대단해 보였다.
 

그리스도 교회 (Christ Church)

 

그리스도 교회의 내부 특징 : 
- 네덜란드식 묘비: 교회 바닥에는 네덜란드어로 된 묘비들이 깔려 있다.
- 최후의 만찬 타일: 제단 뒤편에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함께 타일로 장식된 '최후의 만찬' 그림이 있는데, 빅토리아 여왕의 다이아몬드 주빌리를 기념하여 나중에 추가된 영국적인 장식이다.
- 수공예 의자: 200년 넘게 사용된 수제 나무 의자들은 당시 장인들의 솜씨에 감탄하게 한다. 

 

그리스도 교회 (Christ Church) 내부

  

존재감 뿜뿜 :  스타다이스(The Stadthuys)

 

'스타다이스(Stadthuys)'는 옛 네덜란드어로 '시청(City Hall)'이라는 뜻으로 1650년경 네덜란드인들이 지었으며, 네덜란드 총독의 관저이자 행정 본부로 사용되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네덜란드식 건물이라고 한다.) 두꺼운 벽, 거대한 문, 그리고 높은 창문은 전형적인 17세기 네덜란드 건축 양식으로, 이 두꺼운 벽 덕분에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도 실내는 아주 시원했다고 한다. 안 마당에는 예쁜 카페 있어서 커피한잔 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늦어 카페문을 닫아 너무 아쉬웠다.  

 

스타다이스(Stadthuys)

 

현재는 스타다이스 2층같은 1층은  '말라카 역사 및 민속 박물관(History and Ethnography Museum)'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도시의 매혹적인 역사와 민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라카 술탄국 시절부터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일본 점령기까지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시물에는 멜라 카 전통 가옥인 루막 멜라카 의 재현 , 문화 의식 디오라마, 전통 의상 및 음악 전시 등이 포함된다. 위층의 정화 장군 갤러리에는 식민지 시대의 풍경을 묘사한 그림들을 볼 수 있고, 박물관 본관 무료 가이드 투어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에 진행된다.

 

말라카 역사 및 민속 박물관(History and Ethnography Museum)

개방시간 :  (화~일) 9AM~5:30PM , (월) 휴무

입장료 : RM2.00 

  

말라카 역사 및 민속 박물관(History and Ethnography Museum) 내부 전시물

 

 

이 광장의 빼먹을 수 없는 볼거리는 트라이쇼(인력거)이다.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는 인력거는 헬로키티, 피카츄 등의 캐릭터 인형과 화려한 인조 꽃으로 뒤덮여 있으며, 아주 큰 볼륨의 음악(최신 팝송부터 한국의 트로트나 K-Pop까지!)을 틀어준다. 밤이되면 화려한 LED 조명을 켜서 '움직이는 나이트클럽'처럼 변한다. 보통 1시간 투어에 40~50링깃(RM) 정도가 표준(2025-2026년 기준)이라고 하지만 목적지,거리에 따라 확실히 협상하고 타는 것을 추천한다.
 

트라이쇼 (인력거)